칼럼 음악으로 말하려는 것들 - 가곡과 민요 - 음악, 편안하게 들읍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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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oronto 댓글 0건 조회 1,983회 작성일 23-07-10 10:00본문
오케스트라 음악에서 시작했던 음악의 여정이 이제 전혀 다른 쪽 영역에 이르렀다. 악기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로 창조되는 성악의 세계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 – 인간의 목소리로 부르는 성악곡의 역사는 인류 시작의 역사와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념과 역사마저 초월하여 인간이 불렀던 노래는 항상 존재했었다. 수천 년 동안 무의식적으로, 혹은 자연발생적으로, 민속적으로 발달해 온 음악을 최근 수 세기 동안 실험과 정리를 통해 체계화가 이루어져, 규칙으로 정리된 것이 성악의 역사이고, 구분이다.
이렇게 방대한 성악의 세계에서 지난번에 소개했던 합창음악에 이어, 이제 가곡과 민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 시와 음악이 있어 행복하다 - 가곡
아름다운 시에 곡을 붙이거나, 아름다운 선율에 가사를 입히는 가곡은 모차르트의 작품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베토벤을 거쳐 슈베르트가 가장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웠다. 그 이후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 등 거의 모든 유명 작곡가들은 마치 유행처럼 아름다운 시에 곡을 붙이는 가곡의 창작에 관심을 나타냈다.
가곡이 마치 유행가처럼 즐겨 부르던 시대도 있었지만, 가곡은 엄연한 형식에 의해 절제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음악 장르이다. 그래서 시와 음악이라는 최고의 낭만적 요소로 결합된 가곡이지만, 가곡은 결코 오페라처럼 열정적이지 못하고,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며, 기타 기악곡처럼 풍부한 효과도 없다.
영어로 부르는 영국민요나 포스터의 가곡, 그리고 ‘그리운 금강산’, ‘보리밭’, ‘청산에 살리라’ 등의 우리나라 가곡조차도 그 특유한 클래식 창법으로 인해 가사가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곡은 유행가처럼 그냥 청해 들으며 가사를 흥얼대는 음악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가곡을 바람직하게 감상하려면 약간의 예습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먼저 시를 느끼고, 서정적인 노래에 집중한다면 듣기에 따라 극적인 효과를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고, 이런 곡들이 가곡에는 꽤 많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가곡으로는 베토벤의 가곡들과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 슈만의 <시인의 사랑>, 그리고 모차르트와 멘델스존의 가곡들이 유명하며, 초보자들이 듣기에도 아름다운 가곡들이다. 그리고 가곡을 부르는 성악가들도 구별되어 있다. 영웅적 혹은 극적인 목소리는 가곡에 어울리지 않는데, 가곡을 부르기에 적합한 서정적인 목소리의 소프라노와 테너, 바리톤, 베이스 가수들이 가곡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화려한 기교와 카리스마로 극적이며 불꽃 튀기는 것이 아니라 시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 내용이 암시되는 것과 일치되는 음조를 낼 수 있어야만 가곡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많은 오페라 가수들이 가곡을 부르는 데 실패했듯이 양쪽을 모두 만족스럽게 해낼 수 있는 성악가는 매우 드물다.
누구나 아는 세기의 테너 파바로티가 이태리 민요까지는 멋지게 부를 수 있었지만, 독일의 가곡을 부른 기록이 없으며, 오페라의 성녀 칼라스도 가곡은 부르지 않았다. 가곡 스페셜리스트로 영원히 칭송받는 전설적인 가수로는 테너 피셔 디스카우와 소프라노 슈바르츠코프, 메조 소프라노 루드비히, 바리톤 게하르트 피셔 등이 있으며, 이안 보스트리지나 안네 소피 본 오터, 르네 플레밍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곡 전문 성악가들이다.
항상 반전과 감동을 원하고, 자극적이고 화려함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가곡은 결코 어울리지 않는 아날로그 사운드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학창 시절 한 편의 시에 감동받고 눈물을 흘렸던 우리의 잊혀진 감성에 호소하는 가곡의 단순한 멜로디가 우리의 감정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가곡을 즐겨 듣는다.
피아노 반주 하나에 단순한 멜로디로 표현하는 풍부한 인간의 감성을 담은 성악곡이 가곡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곡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한잔의 커피와 함께 추억을 그리며 들을 수 있는 음악, 그리고 감성에 충실할 수 있는 작은 음악회가 가곡이며, 시와 음악이 있어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다.
> 희노애락을 노래한 민중의 소리 - 민요
민요는 민속음악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며, 일반적으로는 예술 음악과 대립되는 말이지만, 반면 예술 음악의 모체가 되기도 한다. 대개 농업과 어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제례(祭禮)나 노동할 때 부르기 시작한 노래로써, 특정한 창작자가 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민중의 생활 감정을 소박하게 반영하고, 때로는 국민성과 민족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민요는 유행가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어버이에게서 자식으로, 자식에게서 손자로 전승되며, 그 전승도 문자나 악보를 매체로 하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필요에 따라서는 춤과 함께 집단적으로 부르기 때문에 가사와 곡조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민요는 모든 나라에 존재하는 그들만의 음악이며 소리다. 그래서 그 숫자는 엄청나게 많으며 정확히 알 수도 없다. 이탈리아인들의 로맨틱한 감정을 담은 이태리 민요나 프랑스, 러시아, 아일랜드, 미국, 그리스 민요 등이 인기 있다.
송정호 <음악칼럼니스트>
필자인 송정호씨는 음악칼럼니스트로서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등의 주요 일간지에 음악 칼럼을 연재했으며, 한국에서 폴리그램, EMI, 워너뮤직 등 굵직한 음반회사의 마케팅 팀장을 지냈습니다. 현재 ‘테마로 떠나는 음악여행’이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음악강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컬럼 제공: 송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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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7월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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