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섬세함과 조화의 앙상블이 빛나는 품격 - 실내악곡 - 음악, 편안하게 들읍시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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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oronto 댓글 0건 조회 1,063회 작성일 23-04-19 10:00본문
전편에 소개한 협주곡이 클래식 음악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즐겨 듣는 인기 있는 장르인 데 반하여, 이번에 소개하는 실내악(Chamber Music)은 엄격한 형식에 의해 연주되는 다소 어려운 음악으로,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하는 장르이다. 우리가 흔히 클래식 음악을 특정 계층을 위한 고상한 음악으로 생각하는데, 이를 연상케 하는 음악이 바로 실내악이기 때문이다. 실내악이라는 용어는 ‘작은 홀이나 방에서 연주되는 음악’ 이라는 뜻에서 온 것인데, 공간의 제약과 함께 제한적인 특정 계층의 청중 앞에서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실내악은 태생부터 대중적이지 못했다.
> 실내악이란?
실내악은 모차르트를 거쳐 베토벤에 이르러서야 음악이 대중화되었는데, 모차르트나 베토벤 이전, 즉 비발디, 바흐, 헨델의 음악이 대체로 실내악의 범주에 속하며, 이 시대의 음악은 궁정과 귀족 등 특정 계층을 위해 작곡된 음악이었다. 궁정에서 행해진 음악은 단순히 음악을 즐긴 것이 아니고, 음악으로 품위를 지키고 혹은 높이려 했기 때문에 이러한 이미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실내악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실내악이라 함은 보통 세 가지 이상의 악기가 어울려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3중주(trio), 4중주(quartet), 5중주(quintet) 등이 나오는데, 3중주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되는 피아노 3중주와 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되는 현악 4중주, 피아노 3중주에 비올라를 추가한 피아노 4중주 등이 보편적인 그룹들이고, 여기에 클라리넷과 호른, 오보에, 플루트 등의 특정 악기들이 가세하여, 5중주 혹은 6중주, 7중주 그 이상이 되어 자유롭게 연주되기도 한다.
이렇게 규모가 커져서 20~30개의 악기가 모이는 그룹이 구성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실내 오케스트라(Chamber Orchestra)라고 부른다. 실내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 이전의 초기 협주곡과 작은 규모의 교향곡, 콘체르트 그로소와 조곡 등을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며, 지금은 그 어떤 음악도 자유롭게 편곡하여 연주하고 있다.
> 감상 포인트
3중주나 4중주는 물론이고, 그보다 얼마나 더 큰 규모라 할지라도 실내악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악기가 평등하고 독립된 채로 자기의 음역과 특성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악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어떻게 살려서, 함께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인 효과를 내느냐 하는 것을 듣는 것이 실내악의 재미인 것이다. 3개 이상의 악기가 모여 실내악이 시작되는데, 한 특정 악기가 선율을 리드하고 나머지가 반주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악기가 똑같이 리드하여 조화를 이루어 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실내악이다. 특정 연주자나 악기 혹은 선명한 선율에 의해 리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내악은 결코 대중적이지 못하고, 어려운 음악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섬세함과 조화의 앙상블이라는 실내악의 매력을 알고 접근한다면, 결코 지루하고 어려운 음악이 아닌 아름다운 화음이 빛나는 실내악의 매력에 푹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무엇부터 어떻게 들을까?
그래서 다른 음악들은 그냥 자꾸 들어보라고 권하지만, 실내악은 옳은 접근 방법을 통해야만 완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어려운 곡을 피하고, 아름다운 선율과 주 멜로디가 빛나는 대표적인 실내악곡들부터 감상을 시작한다면, 아마도 실내악도 어렵지 않게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 <송어>부터 들어보라. <송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주 멜로디가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변주곡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어 베토벤 피아노 3중주곡 <대공>도 아름다운 실내악곡이다. 또 슈베르트의 첼로 5중주 곡과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곡 등을 들어 보라.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멜로디에 감동하고, 신선하고 자극적인 집시의 멜로디에 매료될 것이다.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4중주곡 중 유명한 <안단테 칸타빌레>나 모차르트의 소야곡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클라리넷 5중주곡, 플루트 4중주곡 등도 꼭 들어보아야 하는 실내악의 명곡들이다.
실내악은 다소 어려운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딱딱한 음악이 아닌 부드러운 음악이므로 쉽게 친해질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입견을 버리고, 편안하게 들어야 한다. 어려운 음악일수록 이해하려 하지 말고, 즐기라고 말한다. 음악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그 시간만큼은 멜로디와 선율에 내 생각과 마음을 담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음악 감상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듣는 실내악은 나 홀로 잠시 세상사를 잊고 떠나는 품격 있는 음악 여행이라 해 두면 어떨까?
송정호 <음악칼럼니스트>
필자인 송정호씨는 음악칼럼니스트로서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등의 주요 일간지에 음악 칼럼을 연재했으며, 한국에서 폴리그램, EMI, 워너뮤직 등 굵직한 음반회사의 마케팅 팀장을 지냈습니다. 현재 ‘테마로 떠나는 음악여행’이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음악강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컬럼 제공: 송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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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4월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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