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범인(凡人)이 바라본 천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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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oronto 댓글 0건 조회 1,620회 작성일 22-02-17 09:48본문
음악이 영화를 만났을 때 23
한 편의 영화가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도 있기에 영화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이는 단지 필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영화를 본 후에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각양각색이겠지만, 대체로 좋은 영화를 본 후의 감동은 비슷하리라. 나아가 주인공처럼 영화 같은 삶을 꿈꾸거나, 이를 삶에 적용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영화 <아마데우스>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치열했던 짧은 생애와 다채로운 음악이 극적으로 스크린에 펼쳐진 대작이었다. 개봉과 함께 불티나게 팔렸던 OST 음반만 보더라도 영화라는 매체가 얼마나 커다란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당시 교양인의 필수 소장 아이템이었던 2장짜리 OST 음반을 선뜻 구입하고, 나름 교양인 대열에 동참했던 필자가 이내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되었고, 이렇게 음악 전문가가 되어 살아가고 있으니, 영화 <아마데우스>는 이래저래 필자의 삶 속에 큰 의미로 남은 영화였다.
음악적 사실에 근거한 완벽한 픽션 스토리
<아마데우스> 이전에도 작곡가의 삶을 다룬 영화는 있었지만, 영화계의 관심과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지는 못했다. <아마데우스>는 영화의 모든 평가 항목에서 호평을 받은 수작이었다.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하여 주요 상들을 모두 휩쓸었으며, 전 세계에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의 성공 후에 모차르트의 삶이 다시 재조명되었고, 멀게만 느껴졌던 클래식 음악이 모차르트 음악을 중심으로 자주 소개되었으며, 베토벤의 삶을 다룬 영화 <불멸의 연인>이 제작되는 등 한 편의 영화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모차르트 열풍’까지 일으켰던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였다는 점이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가 아니라 평범했던 음악가 살리에리였다. 영화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바라보는 천재에 대한 시각을 다룬다. 그래서 관객에게 더욱 공감이 가는 영화였다.
원작자인 피터 셰퍼는 “이것은 모차르트의 전기영화가 아니며, 그럴 의도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작자가 직접 각색하여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추었고, 여기에 밀로스 포먼 감독의 치밀한 음악 고증과 인물 디테일의 세밀한 묘사까지 더해져 마치 사실처럼 느껴질 정도의 완벽한 스토리를 엮어냈다. 영화 속 모차르트의 죽음은 분명 허구이다.
마치 질투와 복수로 불타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살해한 것처럼 연출했지만 모차르트는 전염병과 합병증으로 사망했으며, 마지막 유작이 된 ‘죽은 자를 위한 레퀴엠’을 의뢰했던 가면 속의 인물도 살리에리가 아닌 발자크 백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화 <아마데우스>는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관객이 공감할 만한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모차르트를 간접 살해한 살리에리는 결코 악역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보다 뛰어난 천재를 바라보며 느끼는 열등감과 시기심을 솔직히 토로하고, 질투와 분노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출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평범한 관객들이 그에 대한 반감보다는 오히려 그를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은 인류가 받은 은총이다
제목 <아마데우스>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미들 네임에서 따온 것인데, ‘신의 은총을 받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신의 특별한 창조물이었던 모차르트는 36년의 짧은 삶을 통해 주옥같은 음악을 인류에게 남겼다. 모차르트 스페셜 지휘자였던 브루노 발터가 생전에 지휘대에서 “눈물 나도록 아름답게!”를 외쳤듯이 모차르트의 음악은 눈물 나게 아름답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영화에서 그 음악이 유독 많이 쓰인 작곡가이다. 동명의 영화 주제곡으로 쓰인 후, <엘비라 마디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까지 한 ‘피아노협주곡 21번’을 비롯해서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교도소 안에 울려 퍼지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2중창 아리아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광활한 아프리카 대지를 날며 흐르던 ‘클라리넷 협주곡’과 우디 앨런의 영화 <애니 홀>에 등장하는 ‘교향곡 41번<주피터>’ 등 모차르트 음악은 여러 영화에 등장하여 감동의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아마데우스> 만큼 풍성하게 모차르트 음악의 향연이 펼쳐진 영화는 없었다. 클래식 음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OST 음반을 지휘한 영국의 대지휘자 네빌 매리너는 “영화에 맞추느라 음악을 자를 수 없었다. 음악에 맞춰 영화가 진행됨으로 모차르트 음악의 진수를 들려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음악을 삶과 분리해서 생각한다면 그것은 한낱 사치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모차르트 시대로 가서 듣는 그의 음악들과 30년 전 극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았던 모차르트 영화의 감동을 떠 올리면서 모차르트의 비애를 다시금 느껴본다.
‘신은 모차르트에게 은총을 내린 것이 아니라, 결국 모차르트를 통해 인류에게 은총을 내린 것이다.’ 보여줌으로써 후대 영화음악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컬럼 제공: 송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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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2월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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