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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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oronto 댓글 0건 조회 2,351회 작성일 22-01-05 18:00본문
음악이 영화를 만났을 때 22
고전 영화의 매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세대 간의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데 있다. 지난번 소개했던 <오즈의 마법사>와 함께 영원불멸의 대작으로 불리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같은 해에 제작되어, 무려 80여 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작이었다. 그래서 1939년은 영화음악 팬들에게 중요한 해로 기억된다. 뮤지컬 영화였던 <오즈의 마법사>가 영화 속에 존재하는 노래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각인시켰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 속에 녹아든 배경음악의 영향력을 선보인 최초의 영화였다. 영화음악은 시대를 거슬러 영화를 보았던 그 시대의 추억까지도 떠올리게 하며, 그 감동의 순간을 생생하게 재현해 준다는 점에서 그 마력이 있다.
정통성을 계승한 인상적인 배경음악
아마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본 대부분의 팬은 영화 속 명장면과 대사들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겠지만, 영화에서 들려준 인상적인 주제곡
‘타라(Tara)의 테마’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상과 함께 빛을 발했던 이 음악은 영화를 본 뒤에 며칠 동안 콧노래로 누구나 흥얼대며 읊조렸으며, 지금 다시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 음악을 모두 기억할 것이고, 또다시 한동안 귓가에 맴돌 것이다.
주제음악으로 사용된 ‘타라의 테마’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영화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같은 음악이지만, 미국 남부의 평화로운 정취가 돋보이는 오프닝에 사용되었을 때는 마치 대형 오페라의 서곡을 듣는 듯한 설렘으로 관객을 휘어잡고, 극적 방식이 돋보이는 마지막 장면에 사용되었을 때는 화면에 몰입하게 하는 벅찬 감동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는 남북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조지아 주의 대농장 ‘타라’의 장녀인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가 겪게 되는 사랑과 운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제작비를 투여하여 거대한 무대 세트와 엄청난 인원의 엑스트라, 대규모로 재현해낸 애틀랜타의 대화재, 화려한 의상 등을 컬러로 대형화면에 담았다.
과연 영화화가 가능할까 싶었던 마가렛 미첼의 원작을 이렇게 스크린에 옮긴 것만도 화제였지만, 비비안 리와 클라크 게이블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도 톱뉴스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연출을 맡았던 빅터 플레밍은 그해 <오즈의 마법사>와 함께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사실 이 영화는 당대 최고의 거물 제작자였던 데이비드 O. 셀즈닉의 영화로 더 유명했다. 감독이 아닌 프로듀서의 영화를 꿈꾸었던 그는 영화 제작 중에 여러 감독을 해고했고, 결국 빅터 플레밍을 대표 감독으로 두고 조지 큐커와 샘 우드에게 부분 연출을 맡겨 영화를 완성했다. 셀즈닉은 대작 영화에 걸맞은 스케일의 영화음악을 원했으며, 극적 효과를 배가시키는 능력을 지닌 작곡가 맥스 스타이너에게 음악을 맡겼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빈 출신으로 브람스에게 피아노를, 말러에게 작곡을 배운 탄탄한 기본기를 지닌 작곡가였다. 16살 때 단돈 32달러만 들고 뉴욕 브로드웨이로 건너와 조지 거슈인, 제롬 컨등과 교류하면서 유럽의 정통음악에 미국의 상업 음악을 접목한 음악가였다. 스타이너의 음악은 곡조가 아름다우면서 로맨틱한 스타일을 띠고 있으며, 화면과 어우러질 때는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며 극적이다. 그의 음악은 웅장하고 낭만적이면서 화려함까지 지녔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었던 영화음악 초기의 개척자이자 거장이었다. 그는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대작의 배경 음악들을 작곡하면서 “인물이 살아야만 음악도 살고, 영화도 산다”고 믿었다. 그래서 스펙타클한 대형화면에 어울리는 테마음악인 동시에, 극 중 인물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표현해내는데 혼신을 다했다. 이렇게 작곡된 테마곡은 영화 전체를 꿸 수 있을 만큼 웅장했으며, 인물마다 개성이 부각되고 장면마다 서정적인 터치로 감동을 전달할 수 있었다.
영화음악의 본보기가 된 강렬한 엔딩 효과
이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 올려 보자. 사랑했던 연인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가 떠나고, 스칼렛은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도 다시 꿋꿋하게 일어선다. 그 유명한 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 오른다”와 함께 황혼처럼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멀리 저택이 보이는 가운데 마지막 피날레 음악이 화면에 흐른다. 마지막까지 ‘타라의 테마’는 극적으로 사용되는데, 관악기의 웅장한 소리에 이어 현악기가 합세하면서 장중하게 울려 퍼지던 음악은 높은 음계로 드라마틱하게 올라가면서 스칼렛이 겪었던 파란만장한 삶을 들려준다.
이렇게 ‘타라의 테마’는 영화 속 장면마다 다양하게 변주되어 나오면서, 농장의 아름다운 전경과 함께 처음 시작과 마지막 끝을 장식한다. 스타이너의 음악은 마치 ‘사람은 변하지만 땅은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연주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음악은 하나의 테마음악을 끊임없이 변주하여 들려줌으로써 귀를 서서히 익숙해지게 만들고,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흥얼거리게 하는 뛰어난 영화음악의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후대 영화음악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컬럼 제공: 송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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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1월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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