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 음악이 영화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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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oronto 댓글 0건 조회 1,653회 작성일 21-11-04 08:13본문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잊혀 지지 않는 영화속 명장면과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As time goes by"는 시대를 초월한 재즈 스탄다드 음악으로 영원히 사랑받고 있다.
음악이 영화를 만났을 때 20
영화 <카사블랑카>는 어릴 적에 TV 영화로, 학창시절엔 재개봉관의 스크린으로, 이후 비디오테이프와 DVD로 여러 번 보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다시 접할 때마다 감정이 미묘하게 달라져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영화는 변함없이 그대로이지만, 나이와 환경이 바뀐 탓이다. 덕분에 시간을 다시 돌아보고, 정서적으로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적어도 <카사블랑카> 같은 고전이라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새롭고 다양한 섬세함을 다시 경험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감동도 있다. 안개가 자욱한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험프리 보가트의 명대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Here’s looking at you, kid”와 잉글리드 버그만이 흘리는 진정한 이별의 눈물은 여전히 아름답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멜로디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2년 제작되었고, 당시의 시대상을 담고 있다. 제국주의의 공포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서방세계의 자유국가로 떠나는 이들이 거쳐 가는 도시 카사블랑카. 이곳에는 독일 나치의 게슈타포와 프랑스 괴뢰정부의 경찰들, 이탈리아 경찰들이 서로 섞여 혼란스럽게 치안이 유지되는 불안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수많은 사람이 탈출을 위해 이곳으로 몰린다. 이곳은 미국행 비자를 구할 수 있는 유럽의 마지막 비상구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불법 비자를 거래하는 브로커들을 찾아 분주하고, 밤에는 냉소적인 미국인 사장 릭 브레인(험프리 보거트)이 운영하는 술집 ‘카페 아메리캥 (Café Americain)’에 모여든다. 우연히 2장의 통행권을 얻게 된 릭에게 옛 애인 일자(잉그리드 버그만)와 그녀의 남편인 빅토르(폴 헨레이드)가 찾아온다. 빅토르는 체코의 레지스탕스 지도자로 독일 나치가 요주의 인물로 주시하는 사람이다.
카페에 들어온 일자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흑인 가수 샘과 마주친다. 피아노 옆에 앉은 그녀는 옛 애인 릭의 근황을 물으며 “연주해 줘요. 샘, 옛날 노래를”, 그러나 거부하는 샘에게 허밍으로 ‘As time goes by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를 직접 부르며 다시 한번 간청한다. 어쩔 수 없이 샘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허공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주제가는 영화 속에서 이렇게 시작한다. 파리에서 잠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던 릭과 일자의 추억이 담겨 있는 노래 ‘As time goes by’는 이후 두 사람의 테마로 계속해서 반복된다. 이 노래는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아픔,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까지 영화 속의 모든 사연을 담아 아름답게 그려낸다. 아름다우나 슬픈 멜로디로 상황마다 감정과 갈등을 고조 시켜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슬픈 운명을 간직한 아름다운 노래
‘‘As time goes by’는 1931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Everybody’s Welcome>에 처음 등장했던 노래로, 이후 잊힐 뻔했으나, 이 영화를 통해 영원히 사랑받는 노래가 되었다. 빌리 홀리데이, 프랑크 시나트라, 토니 베넷, 칼리 사이먼 등 당대의 수많은 톱가수들이 리바이벌하여 노래했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다시 불려지는 영원한 히트곡이 되었다. 하지만 영화 제작 때에는 이 노래가 아닌, 음악을 담당했던 맥스 스타이너가 직접 작곡한 다른 곡을 사용하려 했었다. 그러나 샘이 부른 이 노래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많은 장면에 편곡하여 추가하였다고 한다.
영화의 성공 이후, 많은 가수들에 의해 불렸지만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그래도 영화 속에서 샘이 부른 원곡이다. 그의 아련한 피아노 반주와 허스키한 목소리는 노래의 의미를 가장 확실하게 전해준다. 릭과 일자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던 샘. 그는 사랑했으나 헤어져야만 했고, 사랑하고 있으나 이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슬픈 운명을 노래에 담아낸다.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던 릭의 애절한 심정을 노래에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샘이 부른 ‘As time goes by’의 원곡을 듣는 것과 그저 음반을 통해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음악은 마지막 라스트 신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사랑하기에 떠나보낼 수 있는 두 남자 사이에서 결국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일자. 존경심에 바탕을 둔 빅토르와 일자의 이성적 사랑과 진솔한 감정으로 나누는 릭과 일자의 감성적 사랑이 비교되면서 결국 2가지 사랑 모두가 영원한
사랑으로 승화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고 위험한 도시에 홀로 남는 남자 릭과 사랑하지만, 운명에 순응해야만 하는 여인 일자의 애틋한 멜로 드라마는 영화 속의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시간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As time goes by)’ 영화 팬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컬럼 제공: 송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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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11월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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