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든 것이 다 있는 종합예술 – 오페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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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oronto 댓글 0건 조회 1,569회 작성일 23-10-13 13:06본문
음악, 편안하게 들읍시다.
오페라는 말과 음악, 그리고 연기에 의해 전개되는 한 편의 드라마이다. 그 드라마가 무대에 올려지기 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필요하고, 그 열정의 하모니가 만들어내는 감동은 수세기에 걸쳐 오페라를 빛나게 한다. 세계적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오페라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같은 작곡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연출자에 따라, 노래하는 이에 따라, 또는 오페라단의 특성에 따라 천양지차로 다른 작품이 된다. 세계적인 유명 오페라단의 역사와 고유한 특성을 살펴보기로 하자.
>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이탈리아의 북부 대도시 밀라노에 위치한 ‘스칼라 오페라단’은 그 이름만으로도 오페라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단이다. 1778년 창단된 이래 이탈리아 오페라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밑거름 삼아, 항상 최고의 가수와 최고의 지휘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공연을 무대에 올려왔다. 특히 1950~60년대는 스칼라의 명성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로, 변호사 출신의 수완가 안토니오 기링겔리가 매니저로 있으면서 칼라스, 델 모나코, 코렐리, 디 스테파노, 곱비 등의 명가수들과 함께 숱한 ‘전설의 밤’을 만들어냈다.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을 맞아 지휘자 로린 마젤이 ‘스칼라 오페라단’을 이끌고 프랑코 제피렐리 프로덕션의 「투란도트」를 공연하여, 그 위대한 명성처럼 압도적인 연주로 한국의 청중들에게 충격적인 감동을 안겨준 바 있다. 토스카니니, 데 사바타, 세라핀, 아바도 등이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다.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미국을 대표한다는 오페라단의 이름은 수수하기 그지없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The Metropolitan Opera, 애칭 메트 Met)’. 우리말로 하자면 그냥
‘대도시 오페라단’이다. 이는 미 대통령이 사는 집을 가리켜 ‘하얀 집(White House)’이라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하는데 유럽의 복잡하고 보수적인 귀족 문화에 맞서 신대륙 미국의 실용적이고 진취적인 정신을 이름을 통해 은근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메트는 전 세계 어느 오페라단보다도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며 시대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931년, 최초로 오페라 공연을 라디오로 방송한 것을 비롯하여, 1940년에는 세계 최초의 오페라 실황 TV 방송을 실현했고, 각종 공연의 음반 및 영상화 작업 등에서 최선두에 서 있는 것 또한 메트다. 빈틈없이 치밀한 음악 전개와 화려하면서도 친절한 무대연출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여 현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오페라단으로 군림하고 있다.
> 각기 다른 3개의 베를린 오페라단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세 개의 오페라단이 있다. ‘도이치 오페라 베를린’, ‘베를린 슈타츠오페라’, ‘코미쉬 오페라’ 등이 그것이다. 한때 베를린시가 이
들 세 오페라단을 하나로 통합해 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워낙에 이질적인 역사와 전통 속에 제각기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었기에 그러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먼저, 세 오페라단 중에 그 규모가 가장 작고, 역사도 제일 짧은 코미쉬 오페라단는 퇴색되지 않는 진보적 예술정신으로 유명하다. 특히 발터 펠젠슈타인을 필두로, 요아힘 헤르츠, 괴츠 프리드리히, 하리 쿠퍼 등 독일의 대표적인 명연출가를 키워낸 파격과 실험의 오페라단이 바로 코미쉬 오페라단이다.
반면, 슈타츠 오페라단은 명칭 그대로 권위있고 보수적인 국립 오페라단으로 바그너 오페라 전곡연주를 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전통의 오페라단이다.도이치 오페라 베를린은 작고한 ‘독일 연출계의 다윗 왕’ 괴츠 프리드리히가 1981년부터 오페라단을 이끌면서 내실 있고 알찬 공연들을 무대에 올려왔으며, 현재도 가장 역동적이고 활발히 공연을 추진하는 오페라단이다.
> 로열 오페라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코벤트 가든’은 영국을 대표하는 오페라단이다. 모든 대사를 영어로 바꿔 노래하는 잉글리쉬 국립 오페라단과는 달리, 원어공연만을 고집하는 로열 오페라단은 영국 특유의 고고하고 보수적 기풍의 예술 세계를 오랜 세월동안 흔들림 없이 이어오고 있다.
>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대혁명의 불길이 피워 올랐던 바스티유 감옥 자리에 1989년 들어선 ‘바스티유 오페라단’은 초대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던 정명훈씨로 인해 잘 알려진 오페라단이다. 바스티유 오페라단은 전통과 권위의 파리 국립 오페라단과는 달리, 철저히 대중 친화적인 오페라단이다. 저렴한 티켓 값, 화려하지는 않지만 예술성 높은 연출, 기민하고 정확한 음악, 진취적인 기상 등 이제 겨우 30년을 넘긴 유년기의 오페라단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유럽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오페라단이다.
> 볼쇼이 오페라 극장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과 함께 세계 오페라계의 한 축을 이루는 러시아 오페라계를 대표하는 것은 ‘볼쇼이 오페라단’과 ‘키로프 오페라단’이다. 볼쇼이는 19세기말부터 차이코프스키 등 러시아 작곡가의 오페라에 대한 권위있는 해석, 샬리아핀 등 위대한 명가수와 뛰어난 합창단, 화려한 무대예
술, 박진감 넘치는 연출 등으로 명성을 높여왔다.
> 마린스키 오페라 극장
구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것이 키로프 오페라단이다. 키로프는 카리스마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에프의 정열적인 리드 아래, 러시아권을 뛰어넘어 뉴욕이나 유럽 각지의 극장에서 러시아 고유의 레퍼토리를 알리는 순회공연을 자주 갖고 있다. 볼쇼이와는 차별화된 키로프만의 이같이 힘있고 정열적인 활동들은 탈냉전 이후 오히려 키로프를 러시아 최고의 오페라단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이후 마린스키로 개명하여 세계 최고의 오페라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 빈 국립 오페라 극장
‘빈 국립 오페라단’은 매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의 시즌 동안 쉬지 않고 새로운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저력의 오페라단이다. 특히 이탈리아와 독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레퍼토리를 갖고 있으며, 아름답고 심미적인 연출은 유럽에서도 단연 최고수준이다.
> 그외의 대표 오페라단
이 밖에도 이탈리아의 베니스의 ‘페니체 오페라’, 나폴리 ‘산 카를로 오페라’, 독일의 ‘드레스덴 슈타츠 오페라’, ‘뮌헨 슈타츠 오페라’,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단’ 등도 세계적인 수준의 오페라단이다.
> 바이로이트 극장
바이로이트 축제 관현악단과 합창단은 1876년 8월 18일에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를 한스 리히터 지휘로 개장한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의 오케스트라이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중의 10년간과 제2차 세계대전 후 1951년에 재개되기까지의 두 번의 공백 기간이 있었으나, 벌써 100년을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제를 위한 상설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전 독일에서 우수한 연주자가 모이며, 매년 오디션으로 뽑아 편성하는 합창단과 함께 바그너 오페라를 위한 정예 멤버로 구성된다. 리히터, 토스카니니, R.슈트라우스, 푸르트벵글러, 크나퍼츠부시, 카라얀, 뵘 등의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명 지휘자들을 맞이하여 최고의 바그너 연주를 들려주어 왔다.
레코드는 당연하게도 음악제의 실황 녹음에 한정되며, 1951년의 재개 기념 공연인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의 제9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그너의 작품을 연주해 왔다. 그리고 그 탁월한 앙상블과 각 주자들의 작품에 대한 풍부한 경험, 오케스트라 박스 위에 지붕을 가진 바이로이트의 독특하고 부드럽게 혼합된 울림 등 연주는 어느 것이나 바그너 연주사를 장식하는 잊을 수 없는 귀중한 기록이다.
송정호 <음악칼럼니스트> e-mail: mikesong0713@yahoo.com
필자인 송정호씨는 음악칼럼니스트로서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등의 주요 일간지에 음악 칼럼 연재했으며, 한국에서 폴리그램, EMI, 워너뮤직 등 굵직한 음반회사의 마케팅 팀장을 지냈습니다. 현재 ‘테마로 떠나는 음악여행’이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음악강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컬럼 제공: 송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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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10월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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