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름 더위에는 마땅히 기(氣)를 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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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oronto 댓글 0건 조회 1,802회 작성일 23-08-03 10:00본문
보통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보약 먹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약의 좋은 성분들이 모두 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여름철에는 더욱더 몸의 기를 보해야 합니다.
<동의보감>에는 ‘하서의보기(夏暑宜補氣)’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직역해 보면 ‘여름 더위에는 마땅히 기(氣)를 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의 복부 뱃속은 음(陰)으로, 땅[지(地)]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기(地氣)에 속합니다. 반대로 머리와 피부는 양(陽)으로, 하늘에 해당합니다. 여름에는 무더운 기운이 뱃속의 양기를 피모(皮毛)에 흩어지게 하기 때문에 뱃속의 양기는 상대적으로 허해집니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약해진 기운을 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름철에 뱃속의 양기가 부족해진다는 이론 때문에 이열치열(以熱治熱)을 해야 하는 이유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뱃속이 양기가 부족해진다는 것이 냉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이열치열을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열치열은 겉은 뜨거우면서 속이 냉한 경우, 기운이 너무 없으면서 더위를 타는 경우에 적당한 치법입니다. 만약 체질적으로 몸이 뜨겁고 더위를 많이 타는 경우, 얼굴이 붉고 화가 치솟고 고혈압이 있으면서 땀이 많은 경우에 이열치열을 잘못하면 오히려 몸을 해치게 됩니다.
여름철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빠져나간다는 말들은 기우에 지나지 않습니다. 땀은 수분과 노폐물만 제거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땀에는 어느 정도의 지방산, 콜레스테롤, 향기 성분, 염분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영양성분은 고스란히 남습니다. 우리 몸의 시스템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여름철일수록 잘 먹어야 합니다. 특별한 날, 어쩌다 보양식으로 챙겨 먹는 것보다 평소에 충분한 단백질과 함께 적당한 탄수화물과 지방의 섭취가 필요합니다. 미네랄과 비타민의 섭취를 위해서도 반찬도 골고루 먹어야 할 뿐 아니라 물도 충분하게 섭취하되, 땀을 많이 흘릴수록 섭취량을 늘립니다. 수분과 함께 소금을 한 꼬집 정도 함께 먹는 것도 탈수를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너무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좋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이나 야외에서 활동량이 많은 경우는 더욱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기(氣)를 보한다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으면 오히려 기운이 빠집니다. 반대로 적당한 운동이 필요합니다. <동의보감>에는 ‘양성하는 방법은 늘 힘을 적게 쓰고 너무 피로하게 만들거나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고 문의 지도리가 좀먹지 않는 것은 늘 움직이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이라도 아침, 저녁으로 더위를 피해서 산책도 하고 맨손 체조나 스트레칭도 자주 하면 기운이 더 날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피해서 기를 소모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여름철에는 특히 불쾌지수가 높고 짜증이 많이 나는데, 긴장감은 글루코즈와 같은 에너지원의 소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기운을 빠지게 하고 근육을 뭉치게 하면서 결과적으로 피로감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많이 웃으려고 해 보세요. 혼자 있을 때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려는 행동도 좋습니다.
덥고 습했던 여름, 몸이 ‘쇠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면 가을 환절기가 되기 전에 신체를 보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한방에서 주로 처방하는 것이 ‘공진단’입니다. 공진단은 기력과 체력을 보강해 주는 대표적인 보약으로, 운동선수들이 극한의 피로감과 체력 소진으로 힘들 때 많이 찾기도 합니다.
공진단의 효능을 이해하려면 처방 약재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진단은 사향/침향, 녹용, 당귀, 산수유 등 4가지의 주요 약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향은 기를 소통시키며 인체 내의 더운 기운인 ‘화’를 아래로 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로 인해 머리를 맑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줍니다.
녹용은 뼈와 근육을 강하게 해주면서 인체 내의 차가운 기운인 ‘수’를 위로 올려줍니다. 성장 발달, 체력 강화, 피로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당귀는 ‘혈’을 보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약재로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산수유는 ‘정’을 보충하면서 간 기능 향상을 돕습니다.
현대 한의학 연구에도 공진단의 효능을 규명하는 여러 논문이 있습니다. 논문에서 언급되는 공진단의 효과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뇌 기능, 특히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항산화와 항노화 기능이며 세 번째는 항염증 작용입니다.
공진단은 체질과 상관없이 ‘내가 필요할 때’ 복용할 수 있는 보약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에 복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는 한약입니다. 본인이 필요할 때 복용할 수 있겠으나, 효과적인 복용법은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공진단은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진단의 핵심 약재인 사향이나 침향의 향이 약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공복에 복용하면 향의 흡수가 더 원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진단이 꼭 필요한 시간이 식후라면, 이때 복용해도 무방합니다.
경우에 따라 공진단을 복용한 후에 약간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으로 공진단의 주 효능 중 하나가 손발이 찬 수족냉증을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열감은 대개 뱃속과 손발이 따뜻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불쾌한 열감이 아니라 따뜻함에 기분이 좋아지는 형태입니다. 살짝 어지럽다고 표현하는 환자들도 가끔 있는데, 이는 사향이 뇌 쪽으로 작용하여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며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잠깐 그런 느낌이 들더라도 바로 머리가 맑아지니 정상적인 반응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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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8월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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