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영화 리뷰] 이모티 무비 (Emoji movi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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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UJIN 댓글 0건 조회 3,493회 작성일 20-03-16 07:53본문
이모티 무비 (Emoji movie)
감독 : 토니 레온디스
주연 : T.J.밀러, 제임스 코든, 안나 패리스 등
소비주의 디스토피아가 도래했다. 세계가 소비주의에 잠식된게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어린 아이들마저 세뇌시켜 과소비의 삶으로 이끌겠다는 저열한 의지가 이 영화를 보고서야 실감되었다.
이 영화는 독이다.
아이폰 속에 사는 이모지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태생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 웃는 이모지는 슬플때나 기쁠때나 항상 웃고 있어야 하며 우는 이모지 역시 자나깨나 울고있어야 한다. 자신이 상징하는 감정이 아닌 다른 감정을 보이는 것은 중범죄이며 다른 이모지들을 위험에 빠트린다는 이유로 데이터 삭제, 즉 죽음으로 처벌받는다. 애들 만화에서 이미 세계관 부터가 엄벌주의 디스토피아인 것이다.
주인공 '진' 은 무심한 (Meh) 이모지로 항상 심드렁한 표정을 유지해야 하지만 사실 희노애락이 뚜렷한 캐릭터다. 사회에 나선 첫날, 핸드폰 문자에 찍히기 위해 대기하던 중 긴장해 엉뚱한 표정을 짓고 만 진은 처형될 위기에 처하고, 도망치던 중 잊혀진 이모지들이 모여사는 빈민굴 출신이자 바깥 세상을 잘 아는 이모지 하이파이브를 만나게 된다. 하이파이브의 제안으로 진은 코드를 만져 자신의 풍부한 감정을 숨겨줄 해커 해키브레이크 (Jailbreak) 를 찾아 바깥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스포티파이, 캔디크러쉬, 저스트 댄스 등 유료 서비스가 포함된 여러 앱을 즐기는 과정을 시간 듬뿍 들여 보여주며 간접광고를 넘어선 노골적인 마케팅을 보여준다. 마치 만화영화가 아닌 광고 릴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무대가 되는 아이폰의 주인 알렉스는 좋아하는 여자아이 애디에게 감정을 전달하지 못해 걱정이 많은 청소년이다. 말도 제데로 못 거는 그가 영화 막바지에서야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전하게 되는데, 그 방법은 바로 문자로 이모지를 보내는 것. 이모지 하나 덜렁 박힌 문자를 받아든 애디는 놀랍게도 알렉스가 '풍부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줄 안다' 며 좋아한다. 휴대기기로 인해 소통과 사회성의 발달이 정체중인 이 시대 아이들에게 퍽이나 좋은걸 가르친다.
감정을 이입할수 없는 캐릭터들 또한 문제다. 알렉스를 비롯한 현실의 인간들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채 10분도 나오지 않는다. 시종일관 멍청한 행동만 일삼는 진, 유치한 농담만 하며 일행의 발목을 잡는 하이파이브, 한심한 영화에 알량한 면죄부라도 바르려는지 뜬금없는 페미니스트 선언까지 하는 해키브레이크까지. 관객이 감정을 이입하고 관심을 가질 캐릭터가 없으니 영화가 재미 없을 수 밖에 없다.
죽음의 희화화부터 외모 및 사회적 지위에 기반한 차별을 가벼운 웃음거리로 이용하는 등 여기 일일히 쓰기엔 이 영화가 가진 문제점이 너무나 많다. 애니메이션과 광고 사이에서 정체성을 갈등하고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줄지 트라우마를 줄지 몰라 혼동하는 이 영화는 코묻은 돈도 남김없이 빨아먹겠다는 코퍼레이트형 마인드로 짜 기워진 끔찍한 누더기 괴물이다.
일루미네이션의 기술력에는 흠잡을 데가 없다. 이모지를 적당히 해석한 귀여운 캐릭터들과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 화려하되 어지럽지는 않은 색감까지, 2010년의 슈퍼배드부터 쌓여온 스튜디오의 노하우는 멋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 좋은 기술력으로 왜 이런 영화의 제작에 참여했을까. 애니메이터라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있을텐데, 애니메이션이 아닌 90분짜리 광고 제작에 희생되었을 그들의 노력과 시간에 조의를 표한다.
덤으로 놀랍게도 스타트렉과 셰익스피어 등의 작품들로 알려진 권위있는 영화/연극배우 패트릭 스튜어트 경이 똥 이모지로 출연한다. 아쉬울것 없는 양반이 어째서? 감독에게 약점이라도 잡혔나? 아메리칸 대드같은데 출연하다 저질 개그에 맛이 들리기라도 했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
CBM 자막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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