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Day30 : Medicine Hat 이게 바람이야? 태풍이지. :: 5,000km의 기적 캐나다 자전거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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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BM PRESS TORON… 댓글 0건 조회 1,395회 작성일 17-03-10 10:48본문
일어나자 여전히 주변은 어두웠다. 오늘도 날이 안 좋은가. 아니다 시계를 보니 5시밖에 안 되었을 뿐. 자려고 다시 시도해보지만 너무 오래 잤는지 뒤척이기만 한다. 드디어 이틀 만에 해를 볼 수 있었다. 이리도 반가운지. 하지만 주변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어제 확인한 날씨로는 풍속은 평균 35km/h 최대 풍속은 65km/h. 마을 안이라 그리 바람이 와닿지는 않았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미쳐 날뛰는 바람에 날아 갈 것만 같았다. 마치 이전에 만난 맞바람들은 오늘에 비하면 입김 수준밖에 안된다는 듯이.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나아갔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도 똑같은 상황. 아무리 용을 써도 답이 안나왔다. 오늘 목적지인 50km의 Piapot까지도 이 속도라면 한나절이 걸릴게 분명했다. 오늘 캠핑장에서 하루 더 묵고 갈 걸 하는 후회가 일었다. 용을 쓰며 가다가 도로 갓길에 나몰라라 하며 나앉았다.
반대편 고속도로에서 다른 자전거 여행자가 손을 흔든다. 그는 나를 보고 멈추려했지만 바람에 종잇장처럼 날아가 사라져 버렸다. 반대 방향으로 가면 오늘 안에 리자이나에 날아 갈 수있을 것만 같았다. Ron할아버지네 더 묵고 갈까 생각도 든다. 다시 힘겹게 출발하려는데 옆 차선에서 트럭 한 대가 천천히 붙더니 손짓으로 동그라미를 그린다. 지금 이 절체절명의 태풍 속에서 괜찮냐는 신호였다. 나는 올 게 왔구나 하며 가볍게 좌우로 저어준다.
“이 폭풍 속에서 방황하는 어린양을 좀 태워주시면 안될까요” 라는 의미로. 그는 내가 괜찮다는 뜻으로 잘못 알아들었는지 끄덕이더니 사라져버렸다.
“아니 그게아니고..” 소리를 질렀다. 돌아오라고 아저씨 잘못 보셨다고 이런 폭풍에 자전거 타는 그런 사람아니라니까. 바람에 다시 떠내려와 내 얼굴로 돌아올 닿지 않을 말들을.
힘이 쭉 빠졌다. 보이지 않는 투명 언덕에 올라가듯 페달 한 바퀴 돌리기 힘들었다. 다시 자전거고 뭐고 안중에도 없이 갓길에 주저앉았다.
인간은 대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은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누가 바람아니 폭풍을 맞설 수 있을까. 그것도 바람막이 하나 없는 평원 한 가운데에서. 온갖 생각이 둥둥 떠오른다. 고속도로에서 텐트를 쳐? 아니면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가? 그러던 중에 누군가 내 어깨를 쿡쿡 찔렀다.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보자 앳 된 얼굴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녀와 어울리지 않은 회색 중형차에 올라타자마자 다시 잠시 일시정지되었던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녀의 이름은 캐서린으로 앳되 보이는 얼굴 만큼이 말해 주듯 딱 스무살먹은 프리랜서(?) 로 그녀는 지금 Medicine Hat으로 어머니를 데리러 간다고 했다. 15명의 대가족이 있는 얘기부터 자신의 군대 얘기 등을 정말 많이도 풀어놨다. 그 사이에 자전거로 넘어오기로 한 앨버타 국경이 지나갔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서스캐쳐원을 지나쳐온 것이다. 아쉬웠지만 천재지변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로써 자전거로 횡단하면서 기차도 타고 페리, 차까지 다 타게 되었다. 차로 타고 오는 거리는 하루에 자전거로 가기 힘든 150키로 가 넘는 거리를 지나쳐왔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이틀 전 메시지를 보내놓은 웜샤워 호스트에게 연락을 해보고 집 앞으로 찾아갔다. 오늘 하루는 Doug 아저씨의 집에서 다시 침대로 회귀할 수 있었다. 분명 몇 시간 전만해도 대자연이랑 투닥거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안락한 침대 안이라니. 너무나도 극단적인 하루다.
Gull Lake (Campground) - Trans Cananda Hwy1 - Hop in Car (Katharine) - Alberta Border - Medicine Hat
2hrs 30min 14km + 152km(Get ride)
CMB PRESS TORONTO 03월호, 2017
컬럼제공 : 김태유
CBM 자막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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