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9 : Gull Lake 날씨에 쫓기다. :: 5,000km의 기적 캐나다 자전거 횡단

- 이날은 비가 많이 내리고 경황이 없어 이 날 내내 사진을 찍지 못했다. -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왜 안 울릴까. 다시 드러눕는다. 여러 꿈을 꾼다. 이제야 울리는 알람은 8시. 일어나도 멍하다. 다행히 감기기운 때문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좀처럼 몸과 머리가 의견 조율에 실패했는지 의식을 빨리 따라갈 수 없었다. 비도 계속내리고 눈치를 보다 출발하려니 9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어제 온 몸이 잔뜩 젖어 운동화에서 샌들로 갈아 신고 젖은 옷들을 따로 챙겨서 출발했다. 나가자마자 채플린의 명물이라는 소금 평원. 비가 내려 더러워져 그저 회백색의 더러운 모래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 바다라서 엄청난 양의 소금이 나온다는데... 날씨가 좋았더라면. 날이 날인지라 바람을 타고 물 고인 도로를 내질렀다. 날이 추워서 마치 한국의 늦가을처럼 으슬으슬했다. 마치, 추석 때 나 맞아본 한기가 느껴졌다.
​지나쳐온 웬만한 도시보다 큰 Swift Current는 바람 덕에 빨리 도착해 팀홀튼에서 커피를 한 잔하면서 하늘 눈치를 봤다. 안에서 커피를 홀짝이는 동안 소나기가 쏟아붓고 그치길 반복한다. 소나기를 몇 차례 더 피하고, 오늘은 조금 더가 Gull Lake라는 곳에 좋은 캠핑장이 있다고 하길래 가보기로 했다. 오르막이 좀 있었지만 온타리오에 비하면 평지에 다름없었다. 가는 내내 하늘은 소심하게 비를 떨어뜨렸다.
시내 안의 캠핑장은 날씨 때문이지 이용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관리 사무실 역시 퇴근 했는지 잠겨있어 봉투에 양식과 비용을 넣고 사무실에 넣어두었다. 캠핑카 비용은 40불 정도고 일반 텐트만 친다면 10불만 내도 되었기에 나같은 자전거 여행자에겐 더할 나위 없는 캠핑장이었다. 온타리오에서는 25불이 넘었고 매니토바, 서스캐쳐원은 그 보다 저렴하게 10불에서 15불 정도로 가면 갈 수록 저렴해진다.
​주로 공원이나 공공 건물 근처에 항상 텐트를 쳤기에 당당히 돈을 내고 맘편히 묵는 건 오랜만이었다. 거기다 온수가 나오는 샤워시설이 있어 어제의 고생이 조금 녹아내린다. 내일 역풍에 대비해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 일찍 자리에 누웠다. 가끔 동네 꼬마들이 놀러와 떠드는 소리 말고는 조용하다. 여튼 내일 모레면 서스캐쳐원도 지나 익숙하고 익숙한 캘거리가 있는 앨버타 주다.
​그렇게 자신해본다 내일 바람이 얼마나 쎄면 쎄겠어 이제껏 상대해본 바람들은 싸워 볼만한 상대였으니까. 거기다 역풍을 계산해 내일은 50km만 가면 되니까.
​이 생각은 내일이 되자 크나 착각이었다는 걸.
Chaplin (Baseball Ground) - Trans Cananda Hwy1 - Morse (30km) - Swift Current (105km) - Gull Lake (Campground)
7hrs 15min 14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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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02월호 2017
컬럼제공 : 김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