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7 : Regina 평화의 날 :: 5,000km의 기적 캐나다 자전거 횡단

안락한 침대에서 맞이하는 아침. 하지만 배 위에 뭔가가 무겁다. Ron이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인 말린이었다. 녀석은 어제부터 처음 본 나에게 친근하게 대해주더니 오늘 아침에는 언제들어왔는지 침대 위로 올라왔다. 약간 허벅지가 역시나 조금 저리지만, 침대 밖으로 나왔다.
Ron은 아침식사로 치즈 토스트와 흑설탕과 말린 건포도를 넣은 오트밀을 만들었다. 전에 아침으로 먹어 본 적이 없었는데 비쥬얼이 우리나라 죽이랑 똑같이 생겼다. 맛은 그저 그런 쏘쏘한 건강한 맛이 났다.
"아침에 입맛 없을 때 먹기엔 힘들거 같은데.."
그래도 그는 학교가는 아들에게 도시락 싸주듯 오트밀을 한 봉지 챙겨주었다.

함께 식사를 마치고 내려가서 자전거를 점검했다. 그의 작업실은 웬만한 자전거 샵에서 볼 듯한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어 그가 정말 전문 미케닉인 걸 증명해주는 듯 했다. 일단 자전거를 거치대에 올려 놓고 훑어 보더니 체인과 타이어를 갈아야겠다고 하시고 부품비만 받아서 모두 교체해주셨다. 뒤 바퀴는 앞 바퀴와 비교하니 완전히 닳아버려 지금 교체를 해야할 것 같았다.
후방 쪽이 아무래도 짐을 많이 실어서 그런지 금세 밋밋해졌다. 대도시 바깥으로 나가서 캘거리에 도착 할 때 까지 700cc 자전거 타이어는 구하기 힘드니까 같이 나가서 자전거샵에서 구입해 교체하자고 했다. 리자이나라는 도시가 궁금하기도해 같이 차를 타고 나간다.



나간 김에 나는 슈퍼스토어에 들러 잔뜩 장을 보고, 집에 오기전에 리자이나 대학에 들러 소개해주었다. 아시아계 유학생들이 많이 다닌다는 리자이나 대학 그리고 그 근처에 리자이나의 명물인 와스카나 호수공원이 있었다. 자연적인 호수가 아니라 땅을 다 덜어내서 만든 인공호수로 어제부터 불어오는 세찬 바람 말고는 너무 평화로운 나머지 쓸쓸해 보였다.
​ 호수에서는 카약을 타기도하는데 지금은 비성수기라 그런지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위니펙보다도 조용한 이 도시는 생각보다 문제가 많은데, 특히나 치안이 다른 지역보다 좋지 않다고 한다.

돌아오기 전 점심으로 한국 식당으로 가자고 하시곤 나보고 주문을 해달라고하셨다. 덕분에 오랜만에 한국음식도 먹고 Ron도 김치찌개와 불고기 전골을 뭐가 더 맛있는지 순위를 못 정하겠다고 둘 다 정말 좋아하셨다. 입맛이 정말 오리엔탈하신 Ron 할아버지 나중에 메일로 한국음식 레시피를 보내주기로. 집에 돌아오기 돌아와 자전거 정비를 마무리하자 근래에 자전거로 많이 속을 썩인 탓인지 마음이 놓였다. 몸도 마음도 평화로운 날이다.
​적어도 캘거리에 도착 할 때 까지는 버텨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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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01월호, 2017
컬럼제공 : 김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