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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BM PRESS TORON… 댓글 0건 조회 3,267회 작성일 18-07-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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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뇌과학, 법학. 연결고리라곤 없을 것 같았던 세 가지 열정은 유일무이한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어주었다.
독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온몸이 짜릿할 정도로 차가운 맥주잔에 촉촉한 하얀 거품이 올려진 에딩거 바이스비어? 희대의 철학자, 과학자, 그리고 시인에 이르기까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 등으로 세계 문학을 이끌었던 바이마르 공화국 재상 요한 볼프강 괴테의 따가운 일침? 아니면 20년 넘는 정치 인생 항상 같은 머리 모양만 고집하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 앙겔라 메르켈 수상?
3~8살 때까지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서 생활하며 축구선수의 꿈을 꾸었던 검은 머리 소녀에게 세계 축구의 고장인 독일은 심장을 뛰게 하며 꿈의 새싹을 키워나갈 수 있는 푸른 필드와도 같은 곳이다. 학부를 마친 후 “삶”이 주는 수많은 도전과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지칠 대로 지쳐버린 스물두 살 나에게 아디다스 본사에서의 생활은 멈춰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뇌과학 전공자로서 월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에서 인턴십을 결정하기까지

때는 학부 3학년 여름방학. 토론토 Dundas Square에 있는 아디다스 매장에 축구공을 사러 갔다가 얼떨결에 각종 축구용품과 운동화를 파는 직원으로 고용된 일이 있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단기 아르바이트였지만 오로지 “멋스럽고 푹신푹신한” 운동화만을 고집하는 손님들에게 잘못된 신발 선택이 발목, 무릎관절, 허리, 그리고 척추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래 봤자 한낱 동양 아르바이트생의 말을 듣는 손님들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명색이 과학도인데”. 그때부터 오기가 생겨 아디다스가 1960년대부터 내놓은 수백 가지의 모델명과 인체에 해당하는 특징들을 몽땅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따끈따끈한 신상 모델을 추천하기보다는 손님들에게 발 모양은 어떤지, 걷거나 뛸 때 골격계의 어떤 통증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며 다른 직원들과는 다르게 다가갔다. 때론 내가 직접 겪은 크고 작은 스포츠 부상과 치료 경험들도 곁들이면서. 놀랍게도 그 여름, 나는 캐나다 아디다스 매장들 가운데 가장 주력한 토론토 Flagship Store에서 MVP 직원이란 타이틀과 명찰 옆에 조그마한 월드컵 별 스티커를 갖게 되는 영예(?)를 누렸다. 단지 손님들에게 “최고의 운동화”가 아니라 “최고의 경험”을 팔고 싶었던 나를 본 매니저는 독일에 있는 글로벌 인사전략팀 (Global HR Strategy)에 편지 한 장을 보냈다. 글로벌 인턴십에 적합한 인재인 것 같다며. 그리고 다음 해에 나는 독일 비자가 나오자마자 낯섦과 두려움을 안고 뉘른베르크 (Nuremberg)란 도시로 떠났다.
아디다스 본사 글로벌 인사전략팀에서의 생활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스포츠 제품을 생산하는 아디다스 직원은 총 6만 명이다. 그중 5000명의 직원이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멋모르고 오후 12시 점심시간에 맞춰 구내식당에 가면 큰일 난다). 대부분의 직원은 매니저급 이상으로 크게 Production, R&D, HR, Finance, 그리고 Marketing으로 나누어진 부서에서 일한다. 보통 인사팀 업무로는 급여, 직원채용, 내부승진, 인력배치 등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있었던 글로벌 인사전략팀에서는 위 업무는 물론 훨씬 더 세분된 일들을 맡고 있었다. 민간위원회와 지방의회들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는 건 물론 근교 지역의 환경보호와 이미지 개선을 위한 일들도 많이 하고 있었다. 22명으로 이루어져 있는 인사전략팀에는 전직 고용노동부 변호사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까지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전문가들이 유럽과 전 세계 근로자들을 위한 전략들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작게는 독일 서부 지역 행정구역에 해당하는 노조법을 배우며 크게는 유럽 연합 (European Council)에서 요구하는 관련 법령 자료들을 파악했다. 모두 굉장히 업무가 바
쁘기 때문에 내가 먼저 나서서 프로젝트 기획을 써야 했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뇌과학 전공을 살려 회사 의료진과 함께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산후우울증 위험이 있는 산모들을 위한 심리치료와 출산휴가에 대한 교육 Toolkit을 만든 일이었다. 그리고 여러 해외 스타들이 발표했던 Elvis 강단에 똑같이 올라서서 발표를 했다.
유럽에서의 생활, 그리고 인턴십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
뉘른베르크 공항에서 1시간 반 비행기를 타고 북서쪽으로 가면 눈을 돌릴 수 없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 도착한다. 거기서 3시간 테제베 고속기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가면 반 고흐의 “인상적인” 작품이 담겨있는 암스테르담이 나온다.
매 주말 여유가 생기면 뒤도 안 돌아보고 배낭여행을 떠났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몽블랑 산속 깊이 있는 프랑스 친구의 별장에서 따뜻한 와인을 마시며 스노보드를 탈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바이에른주의 레그니츠 (Regnitz) 강을 따라 밤베르크 (Bamberg), 레겐스부르크 (Regensburg) 같은 평화로운 도시로 인턴 친구들과 함께 슈바인학센 (Schweinshaxe, 독일 돼지고기 요리)와 커리부어스트 (Currywurst, 독일 소시지 요리)를 먹으러 당일치기로 놀러 갔던 추억이 제일 인상 깊다.
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때면 몸이 꽁꽁 얼어붙는다. 설레기도 하지만 아직도 너무 불편하고 낯설다. “실패하면 얼마나 우스워 보일까? 잘해도 남들이 알아줄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과 가슴을 먼저 꽉 채운다. 인턴십을 통해 더욱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대기업의 법규준수, 법률리스크, 그리고 지적재산권 관련 업무는 과학을 전공한 나에게 또 한 번 도전장을 던지는 것 같다. 이번에도 낯설고 두렵지만 일단은 부딪혀 볼 예정이다. 또 누가 아는가. 훗날 아디다스 법무팀에서 새로 나온 축구화의 특징과 특허를 담당하는 변호사가 돼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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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7월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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