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8 : Dryden 꾸물거리다 내 이럴 줄알았지. :: 5,000km의 기적 캐나다 자전거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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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Day18 : Dryden 꾸물거리다 내 이럴 줄알았지. :: 5,000km의 기적 캐나다 자전거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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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BM PRESS TORON… 댓글 0건 조회 1,563회 작성일 16-09-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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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축축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동시에, 비가 내리는 듯한 쏴아아 소리가 들렸다. 설마? 비가 또 내리나 싶었다. 바보같이, 도서관 중앙에 작은 분수 소리라는 걸 급히 텐트 입구를 열어서야 알게되었다. 어르신들이 테이블에 모여서 아침을 여는 Subway에서 마시는 커피로 완벽한 하루를 시작했다. 요 며칠사이 해를 본지 오래되었다.
끝이 보이질 않는 광활한 하늘에 틈이라고는 허락하지 않는 듯이, 구름들이 두텁게 막아놓았다. 비가 온다해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으니 도로 위로 올라섰다.

얼마 가지 않아 구름들이 할 일이 생긴 듯 흩어지고 해를 만나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구간에는 피크닉 장소들이 많아서 멋진 호수앞에서 언제든 쉴 수 있었다. 노래 까지 흥얼 거리며 가는 길은 이제껏 비를 맞으며 왔던 길들에 비해 비교적 평평했다. 구름들을 날려 보낸 바람들 역시 내 뒤를 밀어줬으니 이대로라면 금방 도착할 것 같았다.
가다보니 사고가 나서 그런지 차량 한 차선을 통제하고 있었다. 갓길에 정차한 차 앞에서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안녕하세요 한국분이세요?"
"아 안녕하세요"
"아까 지나오는데 태극기가 보여서 기다렸어요 고생많네요"
"아니에요 날씨도 이렇게 좋은데요"
현재 위니펙에 거주하시는 가족으로 잠시 토론토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나를 발견 한 것이었다. 여행 중에 먹을게 남았다며, 과자부터 컵라면까지 많이도 챙겨주셨다. 가방에 겨우 꾸역꾸역 넣을정도로.


내 여행에 대해 물어보시더니 위니펙에 도착하면 하루 묵게 해주신다하고 번호를 주고 더불어 힘도 주고 출발했다. 가방이 약간 무거웠으나 마음 만큼은 이리 가벼운지. 이번 여행에서 많이 받기만해서 미안할 정도다. 다시 출발하는 평평한 도로는 매니토바 주가 가까워 진다는 증거일려나.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근처 가방 무게를 줄이고자 피크닉 장소에 내렸다. 궂은 날은 마치 오래 전인 듯 날씨는 거짓말처럼 맑았다. 평탄한 곡선 도로를 내 달리다 얼마 안되 오늘의 목적지인 Dryden에 도착했다. Dryden은 여느 마을들 처럼 마을마다 어떤 개성이라기보다는 그 크기의 차이 일 뿐 잘 정돈된 캐나다 마을같았다.
Timhorton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서 묵을 곳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작은학교로 방향을 잡았다만 타고난 길치의 감으로 외곽까지 나와 결국 도로 옆에서 얼마 안떨어진 건물사이에 텐트를 쳤다.

​많은 불편한 생각들이 히스테리를 부리듯 일어났다. 이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은듯 마음 속에서 터져나와 가슴이 답답했다. 누우면 끊이지 않고 들리는 트럭소리에 잠은 못 이룰 것 만 같았는데, 결국 뛰쳐 나와 찾아보지만 근처에 다시 텐트를 칠만한 곳이라곤 없어 돌아와 마음을 달랬다. 자정이 넘어서야 트럭 소리가 잦아들고 잠들 수있었다. 문득 잠들기 전 버나드 쇼의 묘비에 쓰인 글귀가 생각났다.
"꾸물거리다 내 이럴 줄알았지"
Ignace (Visitor Info center) - 17Hwy - Wabigon(86km) - Dryden (고속도로 옆 건물 사이)
7hrs 15min 105km



CBM PRESS TORONTO 09월호, 2016
컬럼제공 : 김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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