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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vancouv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4회 작성일 24-03-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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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신뢰, 욕망


2008년 10월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제목의 아홉 쪽짜리 논문이 발표되었다. 저자는 사토시 나카모토였다. 이 정도 이야기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당시 논문에 기반을 두고 일 년 뒤 비트코인이 등장했다. 아직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기에 이를 제안한 인물에 관한 관심은 처음처럼 크지 않다. 관심의 종착점은 이제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 시장이다. 등락을 거듭하던 비트코인은 반감기를 얼마 앞둔 몇 주 전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2억 원대 진입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이 얼마나 상승할지는 여러 언론과 자칭 타칭 많은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다양한 암호화폐에 관한 관심은 이미 충분히 커졌다. 그런데도 이를 거래하는 많은 이들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이 가명을 써가며 발표한 최초 논문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현대 금융 자본시장의 특징을 간명하게 지적하였다. ‘신뢰(trust)’가 그것이다. 개인의 신용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신뢰는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개념이다. 다만 이는 사회 구성원의 합의에 기반한다. 신뢰의 개념은 유발 하라리가 말한 ‘상호 주관적 실재(Intersubjective reality)’에 가깝다. 주관적 실재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사고방식의 일종이다. 이는 비가시적 실체를 다수 구성원이 공동으로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를 다시 세 가지로 나누어 구분하지만, 그 중의 가장 높은 수준은 다수의 믿음을 기반으로 한 상호 주관적 실재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믿음을 넘어서 실재한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현대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신뢰를 지목했는데, 이는 금융시장에 참가하는 여러 주체 간의 상호 믿음에 따른 결과다. 다시 말해 내가 거래하는 금융시장 상품에 관한 신뢰는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런 공통 영역이 없다면 개인의 돈을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에 맡기기란 어렵다. 내가 투자한 돈에 이자가 붙거나 수익이 발생하면 반드시 거래 금융기관이 나에게 이를 돌려준다는 신뢰가 모든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런 신뢰는 앞선 언급처럼 특정 개인의 믿음이 아니며 사회 전체가 동의하는 무형의 실재다. 예컨대, 초인플레이션으로 이름 높은 짐바브웨 은행에서 두 자릿수 금리를 준다고 거금을 맡길 사람은 거의 없다. 해당 국가와 은행의 거래 체계에 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신뢰란 오늘날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절대적 요소에 해당한다.


암호화폐 등장의 문제의식은 금융시장의 본질이 신뢰이지만 오랜 역사 동안 주요 기관이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데서 출발했다. 금융시장에 참가하는 소비자는 정보 부족과 거래 기반(infra)을 독점하고 있는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에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지급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자본의 불평등은 좀처럼 완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운영은 거래 주체로서 중 개인이 절대다수지만 영향력은 미미했다. 현대 금융시장은 일종의 빅브라더(Big brother)가 지배하는 중앙집권적 체계에 해당한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중앙집권적 금융시장 운영을 분권적 형태로 전환하여 개인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체계이다. 즉, 중앙집권적 운영 체계에 관한 개인의 신뢰가 아닌 비대면 개인 간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할 수 있는 안정적 금융체계를 지향했다. 이러한 분권적 금융시장 운영 체계를 위해 고안한 거래수단이 비트코인이었다. 다만 개인 간 거래는 중앙집권적 체계가 아니기에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필요했다. 블록체인(block chain)이라는 기술을 적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당 기술을 적용해 금융시장의 거래 내용을 중앙 기관이 아닌 참가자가 기록하는 방식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초창기 비트코인의 아이디어는 운영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안정적 운영에 성공했고 다양한 코인들이 뒤를 이었기에 그렇다. 다만 초창기 문제의식과 달리 이를 거래하는 다수는 금융시장의 중앙집권이나 분권 문제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 보인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 복잡한 운영 방식에 반영하지 못한 하나의 변수는 인간의 욕망이었다. 추상적 개념을 상상하는 게 가능한 인간은 신뢰라는 실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다시 자본주의와 맞물려 금융시장을 형성했다. 금융시장은 일부를 부자로 만들었고 중앙집권 체계에 따른 거대 권력을 지배하는 기관이 등장했다. 이를 분산하려 했던 비트코인 개발 의도는 화폐의 안정성을 위해 발행량 통제라는 방식과 맞물리면서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새롭게 부여 받았다. 반면 희소성에 주목한 인간의 욕망은 이를 투자 자산으로 둔갑시켰다. 어쩌면 암호화폐는 금(gold)이라는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재화를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할 새로운 대체재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는 인간이 벌이는 일이란 많은 경우 예측 불가능한 영역으로 급발진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자료 출처 - 조연성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중소기업위원장

덕성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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