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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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vancouv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59회 작성일 24-05-09 10:50본문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는 잘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다. 이야기에는 우산을 파는 아들과 짚신을 파는 아들을 동시에 둔 어머니가 가진 심경이 드러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짚신을 파는 아들을 걱정하고 해가 쨍쨍한 날에는 반대로 우산을 파는 아들을 걱정하는 모습이 나온다. 세상만사에 양면성이 있으며, 내게 좋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 문제도 이와 비슷한데 대표적 사례가 환율이다. 최근 환율 문제로 속내가 복잡한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엔화 가치 하락이 좀처럼 바뀌지 않아 정부 개입설까지 나오는 중이다. 엔화가 하락하니 너도나도 일본 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같은 돈이라도 외국인 관점에서 소비 수준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도 달러화 대비 만만치 않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캐나다 달러와의 환율도 천원 언저리로 상승한 이후 변화가 없다.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에서 돈을 받는 처지에서 좋을 것이 없다. 반대로 캐나다에서 돈을 보내는 처지라면 나쁘지 않다. 웃는 사람과 우는 사람이 동시에 나타난다.
환율은 본래 금본위제(金本位制)에서 시작했다. 과거에는 서로 다른 화폐를 교환할 때 금이 기준이었다. 이후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현재의 달러화 중심 체계로 옮겨오자, 본격적으로 환율의 중요성이 커졌다. 초기에는 금과 달러화를 연동하고 다른 화폐는 변동 폭이 좁은(snake neck) 교환 비율을 유지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다 1971년 당시 미국 정부는 금과 달러의 교환을 거부한다는 일명 닉슨 쇼크(Nixon shock)를 선언한다. 유럽의 국가들 중심으로 고정환율 제도의 불안감을 등에 업고 급격히 변동환율로 전환했다. 오늘날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변동환율 제도는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제도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 1997년 금융위기를 겪기 전까지 정부 주도로 시장평균환율제도를 운영했다. 이는 관리형 고정환율 제도로 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야 현재와 같은 완전변동환율제도를 받아들였다. 불과 20세기 말까지 한국은 고정환율제도에 가까운 정책을 유지했다. 오늘날 중국도 과거 한국과 유사한 관리형 환율제도를 사용하는데 고정환율에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체로 개발도상국 또는 신흥국의 경우 안정적 수출 물가 확보와 이를 통한 자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서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환율 문제는 국가별 경제 상황이 반영되는 점에서 복잡한 변수를 가지고 있다. 환율에 직접 영향을 행사하기 어려운 각국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국 화폐 가치의 안정화를 추구한다. 지나친 널뛰기는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 활동에 불확실성을 더해주므로 대체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안정적 환율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중 누군가는 웃을 일을 만들어 주는 환율에서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통화는 미국 달러화다. 세계 수출입 시장의 거래 통화가 달러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기축통화라고 부른다. 금과 비교해서 화폐 중에 가장 큰 안전자산으로 볼 수 있다. 경제 규모가 크지 않거나 특정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아예 자국 화폐와 달러를 묶어서(dollar peg) 고정환율 제도를 운용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홍콩이나 중동 산유국이 여기에 해당한다.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크고 복잡해서 페그(peg)제와 같은 다양한 정책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미국 달러의 이자율이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런 국가들 역시 동시에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음에 따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환율의 역동성과 역사적 맥락을 간략히 살펴보았으니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엔화 가치 하락이란 결국 미국 달러와의 교환 비율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상승할 것이고 이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내포하는 점에서 이를 방지하려는 일본 정부의 다양한 개입을 예상할 수 있다. 원화 가치 역시 달러화와 비교하여 하락하고 있다. 아무래도 미국 시장의 경기 과열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한국과 일본 경제 상황이 빠르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탓에 이런 상황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 1990년대 초반에도 있었다. 당시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은 고정환율제도는 유지했던 점에서 변화가 없었다. 그 결과 국제 수출시장에서 일본산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며 상대적으로 영역이 겹치는 제품을 판매하던 한국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여파는 예상치 못한 무역 적자를 불러왔고 결국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게 했다. 이처럼 가까운 이웃 국가의 환율 변화 특히 가치 하락은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처럼 양면성을 갖는 현상이다. 지금도 엔화 가치 하락이 원화 가치 하락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월등하다고는 하지만 이 여파가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일본과 미국의 경제적 관계가 한국의 그것보다 더 끈끈하기에 지금 현상이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중 누가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국제 금융의 복잡한 실타래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이런 것까지 신경 쓰며 살아야 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다만 환율 변화가 개인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외국 생활을 오래 경험한 이들일수록 절실히 체감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계속하는 환율 변화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관심을 두는 것은 그나마 미래를 준비하는 여유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 출처 - 조연성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중소기업위원장
덕성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CBM 자막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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