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악기가 지닌 매력으로 선율을 노래한다 – 독주곡 - 음악, 편안하게 들읍시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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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oronto 댓글 0건 조회 1,000회 작성일 23-05-11 09:00본문
독주곡은 오케스트라와 같이 큰 규모의 음악이 아닌, 한두 개의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이다. 악기의 개성보다 섬세한 조화에 더 비중을 둔 실내악곡에 비해 이제 악기가 지닌 매력을 100% 활용하는 독주곡에 이르렀다. 오케스트라와 협주곡, 실내악곡, 그리고 독주곡으로 음악의 규모 면에서는 점점 작아지고 있지만, 그 표현에 있어서는 더 섬세해지고 세밀해지고 있다. 그래서 독주곡은 이전의 오케스트라와 실내악곡에 비해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들어야 한다.
균형과 조화 즉 하모니의 연출에 중점을 두고 감상하는 것이 오케스트라와 실내악곡이라면, 이제 독주곡에서는 또렷하고 단순한 멜로디의 효과에 귀를 기울여, 그 속에 있는 독주 악기의 고유한 색채와 음이 지닌 효과, 그리고 단순한 것 같지만 흥미롭게 펼쳐지는 리듬과 변주,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다.
> 독주곡이란?
독주곡에는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대표적인 현악기와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에 등과 같은 목관악기, 그리고 대표적인 금관악기인 트럼펫과 호른, 그 외에 비올라, 하프, 기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주 악기의 연주곡이 존재한다. 이들 독주 악기의 개성을 100% 발휘하는 연주에는 피아노의 반주가 필수로 따르는 소나타 형식의 연주와 이채로운 편곡에 의한 편곡 연주, 그리고 아예 파격적인 무반주 솔로 연주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솔로 연주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과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비장함을 연출한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등이 있다. 반주가 없는 솔로 연주의 매력은 악기가 지닌 신비로운 매력과 연주의 집중력이라 할 수 있다.
역사에 길이 남는 기악곡의 고전 레퍼토리로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플루트 소나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에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 폴디니의 <춤추는 인형>, 타이스의 <명상곡>, 생상스의 <백조>,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 소제목이 붙은 아름다운 독주곡들도 수없이 많다.
> 피아노 독주는 음악의 역사다
기악곡에 있어서 모든 악기의 기본이 되는 피아노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따로 이야기하려 한다. 피아노 독주곡에는 소나타와 연습곡, 전주곡, 환상곡, 광시곡, 야상곡 등 음악 전문용어가 등장하는 다소 생소한 분야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 깊이 있게 알고 들어가면 단지 음악의 형식과 성격에 따라 분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주제와 작곡의 배경, 그리고 연주방식에 대해 간단히 숙지한다면 별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연주가 피아노 독주곡이다.
마치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짚어가듯 피아노 독주곡은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사실 어디부터 어떻게 감상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작곡가의 연대에 따라 마치 음악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듯이 조급히 서둘지 말고 천천히 피아노 독주곡을 감상하라고 권한다. 바흐의 고전 레퍼토리를 시작으로 모차르트의 영롱함이 빛나는 소나타들을 거쳐 베토벤의 심오한 철학이 담긴 32개의 소나타, 그리고 슈베르트, 쇼팽, 리스트, 슈만, 브람스 등 그들의 대표적인 피아노 독주곡들을 듣는 것이 마치 바흐 이후 300년 음악사를 정리하는 대장정과 같은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또한 제대로 피아노 독주곡을 감상하려면 그 난해한 음악 용어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소나타의 형식이 어떻고, 빠르기와 높낮이 조성이 어떻고, 악장이 어떻게 구분되고 등등 사실 알아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어차피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간단한 용어와 설명을 미리 숙지하고 감상한다면 그 섬세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 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즐거움
앞서 서두에 독주곡은 한두 개의 악기로 연주되는 곡이라 표현했듯이,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연주가 독주곡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독주곡이야말로 음반을 통한 감상보다도 직접 연주회를 찾아 들을 것을 또한 권한다. 유명 연주자의 거창한 독주회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독주회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많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연주회장을 찾아 독주곡의 매력에 빠져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즈음 독주곡에서 장르와 형식의 파괴는 또 다른 흥미와 재미를 주고 있는데, 악기의 특성을 살려 팝을 클래식으로 연주하고, 오페라의 아리아를 독주 악기로 연주하고, 클래식 연주자가 재즈와 팝을 넘나들며 새로운 형식의 음악을 창조하는 등 크로스오버적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성보다는 대중적 취향에 끌려가는 정통음악의 붕괴를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음악의 다양성을 누릴 수 있는 청중은 즐겁다. 어차피 기악곡의 매력은 악기와 연주자의 개성에 있기 때문에 연주자의 개성이 빛나는 크로스오버 연주에 대중은 관심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독주 연주야말로 누가 뭐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와 장르를 찾아 편안하게 감상한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송정호 <음악칼럼니스트>
필자인 송정호씨는 음악칼럼니스트로서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등의 주요 일간지에 음악 칼럼을 연재했으며, 한국에서 폴리그램, EMI, 워너뮤직 등 굵직한 음반회사의 마케팅 팀장을 지냈습니다. 현재 ‘테마로 떠나는 음악여행’이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음악강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컬럼 제공: 송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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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5월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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