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화가 보사노바를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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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oronto 댓글 0건 조회 1,841회 작성일 21-07-20 08:21본문
재즈 스탠다드 음악으로 많이 연주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보사노바'는
1959년 발표한 화제의 영화 흑인 오르페'를 통해 세계에 알려졌고, 지금도 대표적인 여름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다.
음악이 영화를 만났을 때 16
남미의 브라질을 생각하면 늘 축구를 먼저 떠올리지만, 축구 외에도 세계인들을 사로잡을 만한 음악 – 열정의 ‘삼바 (samba)’와 매혹적인 ‘보사노바 (bossa nova)’를 함께 즐기는 나라다. 그중에도 여름 정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 ‘보사노바’는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조류(New Wave)”라는 뜻을 의미하며, 브라질 특유의 삼바(Samba) 리듬에 현대적인 감각의 재즈(특히 쿨재즈 Cool Jazz)가 가미되어 새로운 음악으로 발전해 온 장르다.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미묘한 분위기의 리듬 전개, 나일론 줄 기타(클래식 기타) 반주를 배경 삼아 찰랑거리는 느낌을 담은 보사노바는 특히 무더운 여름 더위를 식혀줄 법한 경쾌함+차분함을 동시에 품은 감성을 선사하면서 대중 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바 있다.
무명의 예술인들이 재창조한 최고의 걸작
영화 ‘흑인 오르페’는 음악을 맡은 카를로스 조빔과 봉파 외에 이름도 낯선 감독과 제작인, 그리고 배우들이 만든 무명 예술가들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195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하여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그리고 1960년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휩쓸면서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던 명작이다.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탄탄한 원작에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영상과 매혹적인 ‘보사노바’의 리듬이 관객들에게 어필됐기 때문이었다.
올림푸스 산에 살고 있는 신들과 뮤즈의 이야기를 다룬 그리스 신화는 다양한 해석을 통해 여러 장르의 예술로 재탄생된 불멸의 고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슬픈 이야기인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설의 악기인 리라의 명인 오르페우스는 독사에 물려 세상을 떠난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아 하데스가 지배하는 저승세계로 들어간다. 오르페우스의 리라 연주에 모두가 감동하여,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다시 지상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뒤돌아보면 안된다는 명령을 어겨, 아내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고, 이승에 남은 오르페우스는 상심하여 슬픈 노래만을 연주하다가 처참하게 생을 마감한다는 슬픈 이야기가 프랑스의 무명 감독인 마르셀 카뮈에 의해 더욱 현실적인 극화로 재편되었다.
리라라는 상징적인 악기를 기타로 대체하면서 주인공 오르페는 감미로운 기타 연주로 보사노바를 매혹적으로 부른다. 또한 웅장하고 화려한 그리스 신전을 대신하여 아름다운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브라질을 장소로 선택했다. 그리고 여기에 브라질만이 지닌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원시적인 색채, 흥겨운 삼바 리듬이 넘쳐나는 열정의 카니발과 매혹적인 보사노바 리듬을 영화 곳곳에 담아 흥미를 더했다. 격렬한 리듬으로 춤추는 정열의 ‘삼바’와 달리, 차분함과 서정성을 강조해 만들기 시작한 ‘보사노바’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조류의 음악이었다. ‘보사노바’의 대부로 불리는 카를로스 조빔은 이 영화에서 그의 대표작인 “행복(A Felicidade)”을, 보사노바 전문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루이스 봉파는 불멸의 명곡 “카니발의 아침(Manha De Carnaval)”을 선보여 세계를 보사노바 열풍으로 만들었다.
삼바와 보사노바가 주도하는 네버 엔딩 스토리
이야기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매우 파격적이고 현대적인 반전을 담았다. 전차 기사인 바람둥이 오르페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청년으로 기타 하나로 사람들의 인기와 사랑을 얻는다. 오르페를 짝사랑하는 미라는 그를 쫓아 다니며 결혼하자고 재촉한다. 이때 유리디체가 마을에 나타난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청순한 유리디체에게 오르페는 “우린 이미 사랑했었지”라고 운명의 반복을 의미하는 대사로 접근한다. 오르페의 연주에 반한 유리디체도 그를 사랑하게 된다. 이어 화려하고 떠들 법석한 카니발에서 유리디체의 마을에서부터 쫓아온 정체불명의 남자는 유리디체를 살해하려 하고, 질투의 화신 미라도 오르페를 찾아 나선다. 유리디체의 청순함에 매료된 오르페와 그의 음악에 매료된 유리디체는 깊은 사랑을 나누지만, 불의의 사고로 유리디체가 죽고 만다. 오르페는 주술가까지 찾아가 그녀를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그녀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유리디체의 시신과 함께 마을로 돌아온 오르페에게 분노한 미라는 질투심으로 돌을 던지고, 오르페는 유리디체를 가슴에 안은 채 절벽에 올라 함께 몸을 던진다.
이 영화는 비극의 장면 뒤에 나오는 라스트 신이 더욱 인상적이다. 오르페를 늘 따르던 소년과 소녀가 다시 등장하고 이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르페가 올랐던 절벽에 오른다. 바다를 바라보며 기타를 치던 소년은 “입 다물어, 지금 해돋이를 만드는 중이란 말이야.” 해가 뜨는 게 아니라 해가 뜨도록 하기 위해서 기타를 친다. 오르페도 그랬다. 그가 기타를 칠 때면 신화 속의 오르페우스처럼 지상의 모든 것이 귀를 기울였다. 소녀는 소년에게 꽃을 건내면서 나만을 위해 연주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어 “오르페의 삼바 (Samba De Orfeu)”가 흥겨운 기타연주로 울려 퍼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마치 신화는 반복된다는 암시처럼…..
이렇게 음악과 영상 모두가 빛나는 영화 “흑인 오르페”는 프랑스 감독이 브라질을 배경으로 만든 흑인 배우들의 포르투갈어 영화라는 매우 이색적이면서 독특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열정의 삼바와 감미로운 보사노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여름 영화로 추천한다.
컬럼 제공: 송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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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 PRESS TORONTO 7월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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