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Day12 : Schreiber 도로에서 만난 곰 :: 5,000km의 기적 캐나다 자전거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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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BM PRESS TORON… 댓글 0건 조회 1,603회 작성일 16-06-10 10:32본문



바깥을 경계로 삼는 얇은 막 사이로 마구 두들기는 빗소리와 바람소리는 어제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시끄러웠다. 그나마 바람소리는 어제보다 줄어들었지만 문제는 텐트 안에 홍수가 난 듯 젖어버렸다. 물이 샌게 아니라 비바람에 틈으로 들어왔는지 벗어놨던 옷도 젖고 침낭도 부분 부분 얼룩이 생겨버렸으니. 오늘은 시작도 쉽지만은 않겠구나 하며 비가 잠잠해질 때 걷어버리고 종합 쇼핑몰로 이동했다.

도착하기 무섭게 하늘에선 장마가 온 듯 시끄럽게 쏟아낸다. 오늘 쉬어야 하나... 딱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에 빗소리를 들으며 마시고 싶은 사치스러운 때 아닌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날씨를 계속 확인하며 번갈아 가며 바깥을 확인하는데 짐이 잔뜩 실린 여행자 한명이 스위스 친구들이 올 때 즈음 나타났다.
그는 프랑스인으로 Alan과 Americ과 프랑스어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유럽사람들은 기본 4개 국어는 하나보다. 그 사이에서 토종 한국인은 어디 서러워서 여행하겠나 모르겠다.

A&W에서 점심을 먹고 비가 약해지는 것 같아 출발한다고 일행들에게 알렸다. 두 스위스 친구들은 하루 더 묵고 간다고. 다시 혼자가 가는 길. 그래도 겁이 나진 않는다. 담담하게 어제 딱 예상한 만큼 힘을 들여 다시 주 도로로 올라 왔다. 한치도 보이지 않는 뿌옇게 낀 안개 속에서 마음도 몸도 조심해지며 페달을 굴렸다.

안개 속에서 오르막 내리막을 올라갔다. 가는 길이 뭐이리 험한건지 다행히 차들의 통행도 위험한지 드물었다. 어떤 내리막을 내려가는 길에서 드디어 걱정했던 일과 만났다. 오른쪽 가드레일에서 검은 형체가 꾸물꾸물하게 뭔가 올라오더니 내가 내려가는 차선에서 멈춰선다. 익숙한 검은 형체의 정체는 세상에 곰이었다. 왜 하필 차가 많이 안 다닐 때, 혼자 일때, 비가오고 안개 낀 날 만나게 될 줄은 꿈도 못 꿨는데, 핸들에 달린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낼 지 베어 스프레이를 꺼낼지 아주 잠깐의 머뭇거림과 함께 브레이크를 잡으며 스프레이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마찰음에 놀랐는지 곰은 다행히 먼저 반대편 차선의 가드레일 로 사라져버렸다. 내려가자마자 오르막이었으나 창백해진 얼굴과 정말 나 살려라 하는 다리로 오르막을 올라갔다. 상당히 소름끼치고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한 한시간동안 그 순간의 가정들을 생각하며 거기서 벗어났던 것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Schreiber와 Terrace Bay 사이에는 베리 농장들이 많아 곰들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 중 하나라고 한다.
내가 왜 혼자 온다 했을까. 무지함이 날 용감하게 만든 셈이다.



시원스레 도착한 마을은 철도 노선이 많아 예전에 철도 거점으로 사용한 것 같았다. 어쩌면 지난 횡단 열차에서 지나간 수십개의 역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Terrace Bay 만큼 작았고 역시 마땅히 텐트 칠 곳이 없어 꽤나 돌아 다녔다. 마을 전체가 원래 조용한데, 비가와서 더욱더 황량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유령도시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거 뒤뜰에 허락이라도 받아야하나?'
그러다 찾은 철도 박물관 근처 건물. 약간 트인 것 말고 지붕이 있으니젖을 걱정도 없겠다, 기차소리가 시끄럽겠지만 비를 더 이상 맞기 싫었으니 여기서 머물기로 결정했다.요새 옷에 물기가 마를 날이 없는거 같다.


Marathon(폐교운동장) - 17Hwy - Terrace Bay - Schrieber(기차 박물관)
5hrs 15min 96km

CBM PRESS TORONTO 06월호, 2016
컬럼제공 : 김태유
CBM 자막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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