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5 : White Wood 어느 멋진 하루 :: 5,000km의 기적 캐나다 자전거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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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Day25 : White Wood 어느 멋진 하루 :: 5,000km의 기적 캐나다 자전거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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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BM PRESS TORON… 댓글 0건 조회 2,131회 작성일 16-12-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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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누워도 바로 잠들지 못한 건 덜 피곤했던 걸까? 자는 동안 생각보다 정말 가까이서 들린 기차소리에 몇 번이나 깨어 뒤척였다. 빨리 사유지에서 나가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에 일찍이 일어났다. Subway에서 샌드위치와 쿠키를 천천히 먹는 동안 정면에서 매일 익숙하면서도 낯선 해가 뜨거이 올라왔다. 그리곤 커피를 홀짝이는데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Cristine. 어제 만난 이 키가 큰 프렌치는 토론토에서 10일 전에 출발해 히치하이킹으로 벤쿠버까지 간다고 한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얘기를 이어나가더니만, 오늘은 트럭 운전수가 이제 출발한다고 하기에 바쁘게 사라졌다. 나 역시 9시 전에 출발했다. 바람이 덜 부는 오전에 최대한 멀리 도망칠 생각이었다. 매니토바 국경을 넘어 서스캐쳐원 관광안내소에서 점심을 먹을 참이었다.



다행히 오전 중에 서스캐쳐원 국경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다. 얼마 안가 도로에 멀리 누군가 큰 배낭을 허리에 걸고 걸어간다. 그것도 작은 개와 함께. 아까 관광안내소에서 무심코 지나친 사람으로 자전거여행자와 웜샤워 호스트들 사이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걸어서(!) 퀘벡부터 벤쿠버까지 횡단을 하고 있는 쟝 이브jean yve와 릴루lilou였다. 나 역시 온타리오에서 반대편에서 오는 여행자들에게 들었던 사람으로, 이렇게 실제로 만나보게 되다니...
내가 멈추자 릴루가 더운지 나와 내 자전거가 만든 그림자로 바짝 붙어 누웠다. 그는 뭔가 쫓기는 듯한 바쁜 내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차분한 태도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은퇴한 엔지니어로 그냥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은퇴했고 시간도 많으니 뭐가 문제될 게 없는 그는 하루에 평균 20~25km를 이동한다고 했다. 젊을 때 그는 캠핑과 더불어 여러 아웃도어를 정말 즐겨 섭렵했다고.
그리고 끝나고 앨버타주 근처 마을에서 살며 내년에는 자전거로 캐나다 종단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여행 만큼이나 그 이후 행보는 더욱이 빛났다. 끝으로 그는 2-3달 전만해도 많은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4일에 한 번꼴로 본다고 했다. 게다가 온타리오는 아무대서나 텐트를 치고 샤워도 하고 릴루도 씻기곤 했는데 매니토바로 넘어오자 그저 끝없는 평지 뿐이라며 불평을 했다.
반 시간동안 신나게 얘기를 하다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우리가 헤어지자마자 가슴속에서 뭔가 올라왔다. 내가 하는 불평들은 별게 아닌, 명함도 못내밀 어린아이 투정 정도로 되어버렸다. 그렇게 자극 받아 힘껏 밟아 오늘의 목적지 White Wood. 마을에 들어가기 전 고민을 했다. 시간 단축에 열을 올리는 욕심말이다. 더 가야하는지. 그러다 시내에서 딱히 텐트를 칠만한 장소를 발견하지 못하고, 마트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우유와 이온음료를 사서 나오는 마트입구에서 강렬한 인상의 어떤 이를 마주쳤다.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해그리드 같은 체격과 수염을 가진 할아버지. 몸이 편찮으신지 기침 섞였으나 생각보다 맑은 중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 역시 일상적인 질문을 던지고, 만약 여기서 묵는다면 자신의 빌리지에서 재워주겠다는 것이었다. 자랑스러운 그의 말투에 현혹된 나는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자랑거리라는 장소는 (미안하지만) 큰 쓰레기 처리장같은 인상을 풍기는 오래된 저택이었다. 주변에 오래된 캠핑카부터 철제 골동품(?) 까지 쌓아놓은 골동품박물관으로 여기에 자신의 멋진 빌리지가 있다고 한다.


일단 19세기에 프랑스 건축가가 지은 자신의 박물관을 소개시켜주었다. 박물관 건물 자체가 상당히 오래되고 거대한 골동품이었는데, 그 내부는 다른 크고 작은 골동품을 담는 장소였다. 첫 인상은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폐가 같았다. 그가 침이 마르도록 설명한 빌리지는 나가서 뒷 뜰로 골동품들을 넘고 넘어서야 그 실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18세기부터 19세기의 건물과 그 시대 소품들을 모아 재현하고 하나하나 이 빛바랜 노력들로 만들어진 건물들로 빌리지를 만든 것이었다.
비록 폭풍으로 몇몇 건물은 부셔지긴 했으나 소품 하나하나가 고즈넉한 빛을 발했다. 그가 가이드를 자처해 건물 하나하나 소품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처음에는 그 적잖이 당황을 할 정도의 겉외형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가 가진 것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지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반 시간 동안의 투어가 끝나자, 19세기 캐나다 가정집 중 하나를 쓰라고 허락해주었다. 여행 중에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다니. 내 운이 최고로 달한 날 인가보다. 그의 설명이 끝난 뒤 내게 해준 말들을 다시 기억해 카메라로 하나하나 담았다.

사연없는 이가 없다지만, 그의 이름은 Old Joe로 젊었을 때부터 퀘벡시티에 살다 이곳으로 이사와 골동품을 수집했다고 한다. 비록 지금 건강이 좋지 않고 더 이상 모은 골동품을 둘 장소가 없지만 계속 모으고 있다고 했다. 누구나 그의 보물이 무엇인지 알 정도로, 설명해줄 때마다 그의 눈에는 빛이 났고, 목소리는 경쾌했다. 다만 그의 설명이 끝나자 기침을 하며, 그의 본연의 나이를 되찾았다.
이 빌리지는 이전에 방송에도 몇 번 출연했다고, 하며 관광객이 원하면 자신의 빌리지 건물 중 하나에서 재워주기 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친구가 여행을 온다면 자신의 빌리지를 꼭 들리길 전해달라며 많은 이들이 이곳에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땅거미가 지자 그는 자신의 집으로 갔고 나는 그가 빌려준 건물로 들어가 쉬었다.
정말, 멋진, 하루다.


Virden - Trans Cananda Hwy1 - Elkhorn - Manitoba Border (Tourism Saskachewan) - White Wood (Old Joe's Village)
9hrs 45min 119km



CBM PRESS TORONTO 12월호, 2016
컬럼제공 : 김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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