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terview - 전염병 역학 연구원 류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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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BM PRESS TORON… 댓글 0건 조회 3,084회 작성일 18-03-10 09:32본문
Interview - 전염병 역학 연구원 류승관
“개발도상국 임산부들의 결핵 검사 효율성에 대해 연구해보지 않겠어요?”
미팅 중 받은 이메일 한 통, 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인턴십 합격 통지 이메일이었다. 지원서를 제출한 지 수개월이 지나도 답이 오지 않아 체념하고 있을 무렵 받게 된 기쁜 소식에 씰룩거리는 입술을 감추지 못했다. 막연히 동경해오던 WHO, 그것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 간다는 생각에 당장의 기대감이 스위스의 살인적인 물가는 잊게 만들었다. 준비과정은 순탄했다. 비자 발급은 원활했고 대학 시절 헝가리 교환학생 경험으로 인해 유럽 생활에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한동안 유럽을 동경하며 “유럽병”에 걸려 물도 탄산수만 마시던 내게 어쩌면 WHO에서 일해볼 기회보다도 유럽을 마음껏 누빌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토론토를 떠나는 날까지도 WHO 인턴십이 내 인생의 방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미처 알지 못했다. 나는 어릴 적 환자들의 생기를 잃은 무기력한 표정을 보고 질병을 치료하는 삶을 살겠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병리학과 생리학을 전공하고 질병 역학 연구를 접하면서 질병 예방 및 확산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연구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졸업 후 캐나다 공중보건기구 (Public Health Agency of Canada, PHAC)에서 전염병 역학 연구원으로 일하며 빈곤을 유발하는 소외된 질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의료인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환자들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삶보다 환자들의 삶을 우선시하고 지구 구석구석 병든 사람들을 찾아다녔던 WHO 전 사무총장 고 이종욱 박사의 발자취를 따라 WHO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전염병 예방 대책과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체계 발전에 관한 연구에 관심이 많아 열대성 전염병 부서 (Special Programme for Research and Training in Tropical Diseases, TDR)에 지원하게 됐고 마침내 개발도상국 임산부들의 결핵 검사 효율성에 대한 연구를 맡을 기회가 주어졌다. 말라리아, 에이즈와 함께 빈곤을 유발하는 3대 질병으로 불리는 결핵 퇴치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소외된 이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제네바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출근 첫날에는 2018년 향후 계획을 검토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여 이름마저도 생소한 소외된 질병 연구에 관해 토론했다. TDR은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일시적인 지원이 아닌 보건의료 인적 역량 강화를 통해 개발도상국 연구진이 스스로 연구하고 질병 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에티오피아 출신 신임 사무총장 테드로스 박사 또한 WHO는 취약계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 단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두 달간 내가 지켜본 WHO는 선진국에 의해, 선진국을 위해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제사회에서 넘볼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미국이 분담금을 삭감하면 휘청거릴 만큼 공여국과 수혜국의 관계는 ‘갑을’ 관계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공중보건 증진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각국에서 모인 인턴들은 의대생, 대학원생부터 학업을 마친 의사, 치과의사, 약사까지 다양했다. 인턴들과의 만남은 처음으로 캐나다를 벗어나 외국인들이 캐나다를 바라보는 시선을 대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추운 나라’, ‘프랑스어가 공용어인 나라’뿐 아니라 ‘뛰어난 의료 제도를 갖춘 나라’라는 인식을 가진 인턴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뛰어난 나라인지 인식하지도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국제보건에 관심이 있다면 자국의 보건의료체계의 우수성을 피력할 수 있는 자신감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국제기구에 진출하고 싶다면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스페인어와 같은 제3외국어를 공부하는 것도 추천한다. 4개국어가 공용어인 스위스에서 모국어를 제외하곤 영어밖에 할 줄 모르는 나는 마치 “영어 바보”가 된 것만 같았다. 인턴의 연구가 국제보건 사회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혁신을 향해 다가가는 발걸음에 내 발자국 하나가 더해지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개발도상국을 위험하고 더러운 질병의 서식지쯤으로 여겼던 내게 WHO에서의 경험은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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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 임산부들의 결핵 검사 효율성에 대해 연구해보지 않겠어요?”
미팅 중 받은 이메일 한 통, 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인턴십 합격 통지 이메일이었다. 지원서를 제출한 지 수개월이 지나도 답이 오지 않아 체념하고 있을 무렵 받게 된 기쁜 소식에 씰룩거리는 입술을 감추지 못했다. 막연히 동경해오던 WHO, 그것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 간다는 생각에 당장의 기대감이 스위스의 살인적인 물가는 잊게 만들었다. 준비과정은 순탄했다. 비자 발급은 원활했고 대학 시절 헝가리 교환학생 경험으로 인해 유럽 생활에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한동안 유럽을 동경하며 “유럽병”에 걸려 물도 탄산수만 마시던 내게 어쩌면 WHO에서 일해볼 기회보다도 유럽을 마음껏 누빌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토론토를 떠나는 날까지도 WHO 인턴십이 내 인생의 방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미처 알지 못했다. 나는 어릴 적 환자들의 생기를 잃은 무기력한 표정을 보고 질병을 치료하는 삶을 살겠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병리학과 생리학을 전공하고 질병 역학 연구를 접하면서 질병 예방 및 확산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연구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졸업 후 캐나다 공중보건기구 (Public Health Agency of Canada, PHAC)에서 전염병 역학 연구원으로 일하며 빈곤을 유발하는 소외된 질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의료인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환자들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삶보다 환자들의 삶을 우선시하고 지구 구석구석 병든 사람들을 찾아다녔던 WHO 전 사무총장 고 이종욱 박사의 발자취를 따라 WHO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전염병 예방 대책과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체계 발전에 관한 연구에 관심이 많아 열대성 전염병 부서 (Special Programme for Research and Training in Tropical Diseases, TDR)에 지원하게 됐고 마침내 개발도상국 임산부들의 결핵 검사 효율성에 대한 연구를 맡을 기회가 주어졌다. 말라리아, 에이즈와 함께 빈곤을 유발하는 3대 질병으로 불리는 결핵 퇴치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소외된 이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제네바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출근 첫날에는 2018년 향후 계획을 검토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여 이름마저도 생소한 소외된 질병 연구에 관해 토론했다. TDR은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일시적인 지원이 아닌 보건의료 인적 역량 강화를 통해 개발도상국 연구진이 스스로 연구하고 질병 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국제보건에 관심이 있다면 자국의 보건의료체계의 우수성을 피력할 수 있는 자신감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국제기구에 진출하고 싶다면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스페인어와 같은 제3외국어를 공부하는 것도 추천한다. 4개국어가 공용어인 스위스에서 모국어를 제외하곤 영어밖에 할 줄 모르는 나는 마치 “영어 바보”가 된 것만 같았다. 인턴의 연구가 국제보건 사회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혁신을 향해 다가가는 발걸음에 내 발자국 하나가 더해지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개발도상국을 위험하고 더러운 질병의 서식지쯤으로 여겼던 내게 WHO에서의 경험은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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