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94세로 별세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현지 시각으로 12일, 오랜 투병 끝에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1929년생인 밀란 쿤데라는 공산 체제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프라하 예술대학 영화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소설 '농담(1967년)', '생은 다른 곳에(1973년)'등을 발표하여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모국에서는 상당한 고초를 겪었는데요, 이는 그의 소설 전반이 공산주의 정권에 대한 통렬한 묘사를 담은 작품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1968년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한 이후 집필 및 강연 활동에 제한을 받자 1975년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습니다. 

1984년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발표했는데요,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대성공을 거두며 24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1988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가장 위대한 현대 작가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밀란 쿤데라는 생전에 체코 작가연맹상, 프랑스 메디치 상, 이탈리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 LA 타임스 소설상 등을 받았으며 노벨 문학상의 유력 후보로도 여러차례 거론되었었는데요, 이러한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말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피해 대중에 노출되지 않은 작가로 유명합니다. 

밀란 쿤데라의 별세 소식에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했으며 체코 브루노에 있는 밀란 쿤데라 도서관 토마스 쿠비첵 관장 또한 "체코 문학 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과 가장 위대한 현대 작가 중 한 명을 잃었다"고 애도했습니다. 

1975년 망명 후 사망까지 약 50여 년 생을 보낸 프랑스에서도 그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지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 의원들은 1분간 추모 묵념을 했습니다. 

( 사진 = AFP Getty Im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