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ot Grigio와 Pinot Gris가 함께하는 한 여름 White Wine 이야기

그 어느 해보다 만만치 않은 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올해 여름, 흘러내린 땀 뒤에 시원한 화이트 와인 한 잔이면 하루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 들 텐데요. 화이트 와인을 구매하러 와인 샵을 가면 Pinot Grigio 또는 Pinot Gris 포도 품종이 레이블에 적혀져 있는 와인들을 여러 와인 섹션 곳곳에서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이 포도 품종은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Pinot Noir 레드 포도 품종의 변형 종으로써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유럽 곳곳에서 경작되어온 화이트 포도 품종인데요. Grigio(이탈리아어로 ‘회색’을 뜻하는 단어)와 Gris (프랑스어로 ‘회색’을 뜻하는 단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포도의 껍질은 회색 빛깔과 옅은 주황 빛깔이 아주 살짝 도는 정말 독특한 색깔의 화이트 포도 품종이랍니다. 

또한 프랑스 Burgundy 지역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Pinot Beurot으로 불려져 오면서, Pinot Noir 포도 품종과 함께 포도밭 곳곳에 함께 경작되며 Pinot Noir에 부드러움과 산도를 더해주는 감초와 같은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포도 품종이기도 하지요.  

물론 Pinot Grigio는 이탈리아에서, 또 Pinot Gris는 프랑스에서 경작되며, 독일에서도 Grauburgunder, 스위스에서는 Valais 등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모두 같은 화이트 포도 품종이긴 하지만, 각 나라 및 지역에 따라 그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발전되어져 왔답니다. 그럼, 같은 포도 품종으로 각양각색의 스타일로 변신한 이 화이트 와인을 함께 탐험해 볼까요?

19세기 초반에 이탈리아 Piemonte 지역을 통해서 처음으로 유입된 걸로 보이는 이 Pinot Grigio 는 사실 이탈리아의 북동쪽 Veneto 및 Friuli 지역에서 훨씬 더 유명해지게 되면서 이 지역의 Specialty가 되어오고 있답니다. 특히 Friuli 지역에서는 상당한 바디감의 ‘Ramato’ 스타일의 Pinot Grigio를 만들어 오고 있는데요, 이탈리아어로 ‘구리(Copper)’를 뜻하는 이 ‘Ramato’는 포도를 수확한 후 껍질과 함께 발효를 하거나 적절한 Maceration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최종 와인에 아름다운 구리 빛깔이 돌게 하는, 이 지역 전통의 Pinot Grigio 양조 방식이랍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릴 이 Sun Goddness는 미국의 R&B 가수인 Mary J. Blige가 이탈리아 와인 업체 Fantinel과 협력을 해서 만든 DOC 등급의 Ramato 스타일 Pinot Grigio 랍니다. 특히, 와인의 이름인 Sun Goddness (태양의 여신)는 블라이즈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블라이즈에게 붙여준 별명이며, 본인의 개성 및 와인의 개성 그리고 자연과의 연관성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완벽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의외의 조합 - 토마토 스튜

이 와인을 한 모금 해보시면, 와인의 깊은 색깔만큼 아주 복합적이고 다양한 복숭아, 딸기, 잘 익은 사과 향 등이 담겨져 있으며, 끝 맛에는 미세한 미네랄향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높은 산도로 마무리가 지어지는, 아주 매력적인 와인이에요. 어떤 음식들과도 모두 어울릴 테지만, 주말 브런치에 토마토를 듬뿍 넣은 토마토 스튜와 함께하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와인이랍니다.

현재 Pinot Grigio를 떠올리시면 생각나는 ‘투명하고 맑은 와인 빛깔’ ‘상큼하고 산도 높은 깔끔한 과일 향’ 등은 바로 이 Santa Margherita 와이너리의 공이 아주 크답니다. 1960년대 이전까지는 Friuli-Venezia-Giulia 및 Veneto, Trentino-Alto Adige 지역들을 중심으로 한 많은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 와이너리에서는 Pinot Grigio를 Ramato 스타일로 많이 만들어 오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Santa Margherita 와이너리가 Skin-Fermantation 이나 Maceration을 거치지 않은 아주 가볍고 상쾌한 스타일의 Pinot Grigio를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을 시작하게 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Pinot Grigio가 전 세계인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많은 이탈리아 지역의 와이너리들이 이런 깔끔한 스타일의 Pinot Grigio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하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Pinot Grigio가 탄생되었습니다.

이 Santa Margherita는 1930년대에 이탈리아 사업가 가에타노 마르쪼또(Gaetano Marzotto)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북동부 이탈리아 지역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농업을 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습니다. 그 당시, 아주 획기적이였던 Terroir를 극도로 강조하는 양조법 (단일 품종을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전반적인 북동부 이탈리아 지역 와이너리들의 품질을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했으며 현재까지도 1961년에 만든 Pinot Grigio는 대중성과 품질, 우아함과 섬세함을 모두 잡은 와인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의외의 조합 - 새우깡

가벼운 바디감에 라임과 레몬 향이 넘실대며 침샘을 자극시키는 아주 높은 산도의 이 와인은 한 여름 데일리 화이트 와인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제 개인적으로는 새우깡과 자주 즐긴답니다. 더운 여름날, 자꾸만 손이 가는 새우깡과 이 Pinot Grigio 한 잔이면 그만한 행복이 또 없는 것 같아요. 

그 어떤 화이트 포도 품종들보다 부드럽고 비교적 무거운 바디감에 찐한 색상을 자랑하는 이 Pinot Gris는 프랑스 Alsace 지역에서 그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꽃피우게 된답니다. 한때는 Tokay-Pinot Gris 또는 Tokay d’Alsace 라고 불린 이 포도 품종은 헝가리와 EU의 협약에 의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Pinot Gris로 변경되었으며 오랫동안 Alsace 지역에서 못난이 취급을 받아온 포도품종입니다. 

하지만, Gewurztraminer의 향긋한 꽃향기와 Riesling의 아주 높은 산도를 결합시킨 것만 같은 이 Pinot Gris를 프랑스 알자스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서 점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아주 잘 익은 살구, 복숭아 및 버터 향이 살짝 나는 듯한 비스킷, 레몬 쨈과 같은 찐한 향들에, Pinot Gris의 포도 껍질에서 나오는 색상도 살짝 더하여 비교적 묵직한 바디감에 드라이한 스타일부터 스윗한 스타일까지, 호불호가 많이 없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스타일의 Pinot Gris랍니다. 

특히 이 Pierre Sparr는 경사진 포도밭들이 많아 태양은 골고루 받고 배수는 잘 되는, 아주 높은 품질의 포도밭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와이너리이며, 프랑스 Alsace 지역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곳입니다. 또한 아주 다양한 품질의 와인들을 생산해 오고 있으며 가성비 좋은 와인들도 정말 많습니다.

의외의 조합 - 칠리 페퍼를 넣은 파스타

저는 이 Pinot Gris를 매콤한 칠리 페퍼를 듬뿍 넣은 파스타와 자주 함께한답니다. 이 Pinot Gris의 달달한 향과 맛이 매콤한 파스타와 아주 잘 어울리며 음식과 와인의 바디감도 비교적 무거운 편으로 아주 균형이 잘 맞습니다. 여러분들께 꼭 추천드리는 마리아쥬랍니다.

독일에서 점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포도 품종 Grauburgunder는 Pinot Gris 또는 Pinot Grigio의 독일 버전 품종입니다 (동일한 포도품종이에요). 주로 독일의 Baden 지역에서 많이 만들어지지만, Rheinhessen과 Pfalz 지역 및 독일의 남서부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경작되어져 오고 있는데요. 2012년도 자료에 의하면 이 Grauburgunder 품종의 경작은 독일 전역에 5,400헥타르 정도의 경작지에 이르렀던 걸로 보이며, 이는 2000년과 비교하자면 거의 90%에 이르는 성장률을 보이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이탈리아  다음으로 많은 경작률을 자랑하는 독일의 Grauburgunder는 이 포도 품종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특유의 강한 특징을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아주 깊고 단단한 토양을 필요로 하며, 이런 토양 위에서 경작될 시에만 아주 좋은 품질의 Grauburgunder 와인이 탄생할 수 있답니다. 또한 그 특유의 Spicy함과 묵직한 바디감은 대체가 불가할 정도로 매력적이며, 이를 스윗한 디저트 스타일로 만들었을 시에는 ‘Ruländer’ 로 이름 붙여진답니다.

와인의 구조 감을 조금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이탈리아에 비해, 독일 와인들은 와인의 청량한 과일 향을 주력으로 하는 경우가 조금 더 많은 경향이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 Grauburgunder는 Pinot Grigio에 비해 조금 더 강한 과일 향 및 꽃 향들이 표현되는 것 같아요. 이 Collegium Wirtemberg의 Grauburgunder 역시나 살짝 옅은 노란 빛이 도는 색감에 꿀, 아카시아 향들이 와인을 오픈하자마자 코를 감싸며, 입안에서는 아주 부드러운 과일 향이 넛류와 함께 어울리며 꽤 강도가 높은 편이였어요. 

이 와인은 더운 여름에 별다른 음식 마리아쥬 없이 드셔도 좋고,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식전주로 드셔도 좋으며, 생선류부터 육류까지 그 어떤 음식과 함께하셔도 정말 좋을 와인입니다. 모두들 맛있는 Pinot Gris / Pinot Grigio / Grauburgunder 화이트 와인과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시면서 이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Cheers!

컬럼제공 : 클로이마리아쥬

홈페이지 www.chloe-mariage.com

인스타그램 @chlo_mariage_wine 

이메일 wine@chloe-mariage.com

CBM PRESS TORONTO 8월호, 2021

페이스북 : @cbmtoronto

인스타그램 : @cbm_press_toronto

Copyright© 2014-2021 CBM PRESS TORONTO All rights reserved.